[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제 대우조선해양이 강도 높은 자구안에 나설 차례다. 대규모의 혈세가 지원되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은 지금 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게 된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와 채권단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생존을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ㆍ자산 매각 등 자구안 노력 ▲신규 선박 수주를 위한 글로벌 조선업 활황 등 두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자구계획을 신속하게 강도 높게 추진하는 한편, 노조도 자구이행에 충실히 협조하고 무분규ㆍ임금 반납 등의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채권단은 생산직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2016년 희망퇴직 등으로 2000명 가까운 인력을 감축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총 인건비 20%를 줄였다. 올해에는 모든 임직원의 임금반납과 무급휴직 등으로 인건비를 25% 정도 더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와관련, 사측은 생산직ㆍ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20~30%씩 삭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 직원(계약직 포함)의 평균 연봉은 6300만원으로 전년(7500만원) 대비 1200만원 가량 줄었다.
자산매각 작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최근 서울 당산동에 있는 대우조선 사옥을 매입할 대상자로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각가는 약 350억원.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한국선박금융의 지분 매각에도 총 5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속도가 붙고 있다. 지분 매각 금액은 40억원 정도다. 자회사 대우조선해양건설(매각액 180억원)과 웰리브 매각도 가시화되고 있다.
조선소의 실적 척도인 수주잔고도 대우조선해양 생존의 중요한 요건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340억달러(114척)이다. 상선 156억달러(82척), 해양플랜트(12기), 특수선 52억달러(20척) 등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18년 까지 지난해 말 수주잔고의 74%인 84척을 인도할 계획이어서 양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글로벌 조선업계의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는 데 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의 1차 지원안이 시작된 2015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15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를 수주하는 게 그쳤다. 이는 정부와 국책은행이 4조2000억원을 지원할 당시 예상한 115억달러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올해와 내년 수주 목표도 20억 달러, 54억 달러에 각각 불과하다. 글로벌 조선 경기가 바닥을 찍었지만 회복 속도가 더딘 탓이다. 조선업계는 저유가 기조가 올해 전환되면 초대형 원유운반선,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저장ㆍ재기화설비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초 50달러대에 진입했던 국제 유가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따라 다시 50달러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신규 발주가 줄어든 것은 물론 기존에 건조한 선박의 인도도 미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시추선(드릴십) 2기 인도를 미루면서 1조원 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처했다.
한진해운의 파산과 해운업계 인수합병(M&A)에 따른 업계 재편 여파도 신규 발주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들이 운영하던 선박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선박 수가 늘어나 임대(용선)하는 이용료가 낮아진 탓이다. 대형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7월 이후 지난 1월까지 단 1건의 발주도 없었다.
이에 조선사의 신규 수주와 선박 가격(선가)도 낮아지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지난달말 기준 세계 선박 수주잔량은 8111만CGT로, 2004년 8월말 이후 12년 6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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