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밤)11시40분에 조사 종료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3개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21일 오후 11시41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취재기자들에게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취재진은 박 전 대통령의 '퇴청'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간에 한 차례 열렸던 검찰청사 현관문은 도로 닫혔다.
22일 새벽 3시44분 검찰은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취재진에 전송했다. "조서 열람은 5시를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오전 6시55분께 청사를 빠져나왔다. 변호인들과 함께 7시간 가량 조서를 열람하고 검토하며 밤을 새운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에 머문 시간의 3분의1 가량이 조서 열람ㆍ검토에 쓰인 셈이다.
피의자나 참고인이 조사를 받은 뒤 진술서나 신문조서를 열람ㆍ검토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기재가 됐는지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열람ㆍ검토 뒤 서명날인하는 것으로 조사의 절차는 마무리된다.
여기에는 보통 한 두 시간, 길어도 두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열람ㆍ검토하는 데 약 7시간을 쏟아부었다는 건 그만큼 면밀하게, 토씨 하나까지 세세하기 확인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거쳐야 하거나 거칠 지도 모르는 구속심사와 재판에 조사 단계부터 대비한 것으로 읽힌다. 대답 한 마디의 뉘앙스 차이가 법리상의 허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사는 조사를 받는 사람의 답변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반영해 기재한다. 사족이나 중언부언이 지나치면 즉각 동의를 구해 문장을 정제하는 수도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조사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핵심이 되는 표현의 앞뒤나 중간에 붙은 구어체의 표현 등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티 안 나게 배치된 반복질문에 대한 답변이 상호 배치되는 경우 진술의 신빙성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움직이지 않는' 기초 사실관계에 대한 습관적인 답변이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고려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두세번 반복해서 검토했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최종 서명날인을 하기까지 다수의 문구가 수정됐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조서 내용이 많아 검토할 것도 많았다"면서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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