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계획된 행복주택 건립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행복주택 정책의 추진 동력이 상실된 가운데 임대주택 건립 관련 서울시와 강남구간의 견해차도 컸기 때문이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강남구 수서동 727일대 공공(행복)주택건설사업에 대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취소, 고시에 나섰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함께 주거환경연구 사업의 하나로 수서역 일대에 모듈러 방식의 행복주택 41가구를 공급할 방침이었다. 모듈러 방식으로 공급되는 첫 임대주택인 탓에 시장에서의 관심도 높았다. 모듈러 방식은 기본 골조와 배선, 벽체 등을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는 이를 맞추기만 하면 되는 조립식 주택이다. 해외서는 공사기간이 짧은 환경친화적인 건축 방식이란 점에서 선호도가 높은 주택이다.
하지만 강남구가 수서동 일대에 임대주택보다는 광장이나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강남 행복주택 사업은 표류하게 됐다. 서울시는 강남구와 법정다툼을 벌이며 갈등을 겪다 결국 최근 이전 등의 내용을 담은 사업취소안을 확정, 고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시장에서는 강남 행복주택 사업 무산을 행복주택 정책의 폐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행복주택 자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기에 정책의 연속성 보다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행복주택 건립과 관련한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는 점도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실제 서울 목동 시범사업의 경우 유수지에 행복주택 1300가구를 짓는 것으로 추진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비슷한 시기 노원구 공릉지구 역시 주민들이 지구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송파구 잠실지구(잠실유수지)와 송파지구(탄천유수지)도 차질을 빚었다.
시장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때마다 종전 주택정책들이 폐기됐던 점을 감안하면 행복주택도 상반기 이후에는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수서동에 계획됐던 모듈러 형태의 임대주택은 미래 건축 핵심기술로 사업 취지가 분명한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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