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비가 지원되는 대형 개발사업 가운데 대부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999년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총 782건 333조3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09건(65.1%)은 조사 결과 '타당성 있음' 결론이 내려졌지만, 273건(34.9%)은 효율성이나 수익성이 낮아 중장기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분류됐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사업 중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비용편익분석 등을 통해 경제성을 따져보고 정책적 타당성을 검증한다.
지난해부터는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부담분의 합이 500억원 이상인 공공기관 추진사업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은 1999년 19건을 시작으로 증가하다 2010년 77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11년 61건, 2012년 51건, 2013년 26건, 2014년 44건, 2015년 34건, 지난해 39건 등으로 집계됐다.
경제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신청하고 보자'식의 무리한 사업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조사 결과 '타당성 있음' 결론이 내려진 사업의 비율은 2010년 76.6%, 2011년 73.8%, 2012년 76.5%에서 2013년 61.5%로 뚝 떨어졌다.
2014년(79.5%)과 2015년(73.5%) 다시 70%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66.7%로 내려갔다.
지난해의 경우 39건,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가 신청돼 이중 26건(4조7000억원)만 타당성조사 관문을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가 지나치게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낙후된 지역의 개발사업은 추진조차 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의 경우 그동안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 차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에 실패했다가 지난해 겨우 문턱을 넘었다.
이에 강원도와 전라도 등 상대적 낙후지역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우선 고려하거나 배점을 높이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엄격히 적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높이거나 타당성 분석이 어려운 복지와 교육 등 일부 사회분야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을 적용하는 방안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지역균형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이 중심이고 앞으로도 그렇다"면서도 "지역균형발전 같은 다른 정책 목표를 고려하고 있는데 가중치를 좀 더 높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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