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반도체 공장 송전선로 진통 격화…북당진변환소 건립 여전히 불투명
당진시 "재산권·환경권 우선"…15만명 고용·40조 생산 유발 효과는 뒷전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이득을 보는 건 평택뿐인데 왜 우리 지역에 송전탑을 세우느냐?" "위로금을 주지 않으면 길을 열어줄 수 없다"
오는 6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가동을 앞두고 '송전선로 진통'이 격화되고 있다. 평택 반도체 공장으로 연결되는 송전선로 설치를 놓고 인근 지역인 당진시와 안성시 일부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지속된 송전선로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땡큐, 삼성"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삼성 공장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정작 한국은 지역 이기주의에 발이 묶여 있는 형국이다.
16일 한국전력과 당진시에 따르면 한전이 삼성평택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급을 위해 설립하려던 북당진변환소 건립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2월23일 대법원 패소에도 불구하고 당진시는 북당진변환소 건립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당진시 관계자는 "상고심에서 패소했으나 주민들의 재산권과 환경권,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한전과 다각도로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이기주의로 공장 가동 타격 우려 = 삼성은 2014년 10월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1단계 라인 1기에 15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규모다. 평택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15만명의 고용 효과와 4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공정에는 물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에 대비해 2014년 11월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 일원에 북당진변환소를 짓기로 하고 당진시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북당진변환소는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평택고덕산업단지까지 보내기 위한 시설이다.
하지만 당진시는 송전선로나 송전탑이 추가 건설을 우려하는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북당진 변환소 건립을 불허했다. 이에 한전은 당진시를 상대로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당진시는 1, 2심에 이어 대법원 심고심에서도 패했으나 여전히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당진시 관계자는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던지, 아니면 적당한 보상을 하던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선 삼성 공장 유치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는데…"=문제는 당진시뿐만 아니다. 반도체 공장은 단 1초라도 전기가 끊기면 안되기 때문에 전략 이중화를 해야 한다. 한전은 이를 위해 서안성변전소에서 고덕산업단지까지 추가로 송전선로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성주민들이 송전탑 추가 건립에 강력히 반대하며 진척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안성시민이 사용하지 않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는 선로를 안성시에 설치해서는 안된다. 이득을 보는 것은 평택 뿐"이라고 주장을 펼쳤다.
안성시 관계자는 "지난 2월까지 대책위원회 논의 결과 양성면은 충분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송전철탑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원곡면은 여전히 전구간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올해 상반기 1기 라인 가동에는 이상이 있으나 향후 반도체 라인 증설과 전력 이중화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반드시 송전선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력 수급은 한전과 지역 주민간의 문제여서 삼성전자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6월 가동하는 1기 라인을 위해 삼성은 평택 오성발전소에서 50만킬로와트(kW)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200만kW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해외 공장의 자국 유치를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발로 뛰는데 정작 한국은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기업들이 마음놓고 투자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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