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헌법재판소는 10일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사익추구를 지원하거나 개입한 의혹 대부분을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인정했다.
국회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헌재에 청구하면서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모금 관련 범죄를 청구사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기업들을 상대로 두 재단에 출연금 774억원을 사실상 강제로 납부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문화ㆍ체육 관련 재단 설립을 지시해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출연받아 미르ㆍ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두 재단의 자금집행 업무지시 등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했고,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은 여기에 관여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행위가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면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재판부는 최씨 지인 회사 KD코퍼레이션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납품 강요, KT에 대한 부정한 인사 압력, 최씨의 영향력 아래 있던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일감수주 영향력 행사, 롯데그룹에 대한 스포츠센터 건립 지원 요구 등의 모든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회가 제시한 소추사유 중 ▲재산권 및 시장경제질서 보장의무 위배 ▲최씨의 특혜 관련 범죄 등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대부분 인정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으로 결론을 낸 결과다.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가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라면서 "(파면 사유가 되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박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대면조사나 청와대 압수수색 등을 잇따라 거부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헌법 수호의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박 대통령이 의혹을 철저히 숨기거나 관련자들을 단속하고 제기되는 의혹을 부인함으로써 언론 등의 견제와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하지 않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최종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의 생명권 보장 및 성실의무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당일 박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심판 절차에 따른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밖에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특정 공무원을 찍어내 공무원의 임면권을 남용했다는 소추사유도 "최씨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돼서 인사조치를 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관련 보도를 한 세계일보의 사장이 해임되는 데 개입해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사유도 배척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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