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 대규모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신탁 방식을 선택한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안전진단에 들어간다. 시범아파트는 10년 전 추진위원회를 설립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건축 작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조합이 아닌 신탁으로 사업 방식을 변경한 곳이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는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에 나섰다. 현재 안전진단을 맡아줄 업체 선정이 진행 중으로 이달 17일까지 선정 작업을 모두 마치고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안전진단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도 내부 주거 환경이 열악한 데다 정비사업 연한 조건도 갖춰 재건축 판정에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5~6월께 시공사 선정이 진행될 예정으로 상위 대형사들은 이미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 여부다.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하는데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면 재건축 조합이 얻는 이익이 1인당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추진위나 조합이 아닌 부동산 신탁 방식의 재건축을 택해 사업 기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이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면 신탁사가 단독 시행자로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특히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추진위나 조합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 사업 기간과 이자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집행부 비리와 횡령 문제도 사전 차단이 가능하다.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11월 한국자산신탁에 사업을 맡기기로 한 상태로 주민동의율은 이미 96%를 넘었다.
안전진단과 시공사 선정을 상반기에 끝낼 경우 하반기에는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모두 마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기존 추진위가 계획했던 관리처분인가 시점인 2018년 하반기보다 1년이나 빠른 속도다.
현재 마련된 초기 정비안을 보면 24개동 총 1790가구의 시범아파트는 2654가구로 탈바꿈한다. 용적률은 약 300%를 적용받아 최고 층수는 서울시 한강변 관리계획에 따른 35층으로 계획했다. 2006년 정비구역 지정 당시 받은 용적률은 230%에 불과했지만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통해 용적률을 재조정하겠다는 계산이다.
10년간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을 신탁 방식으로 결정하며 기대감이 높아진 탓에 최근 5~6개월새 매매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신탁 방식을 결정하기 이전 6억2000만~6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 60㎡는 올들어 6억7000만~7억원으로 뛰었다. 크기가 가장 큰 156㎡대 물량도 같은기간 11억5000만~12억2000만원에서 12억4000만~13억원으로 몸값을 높였다.
조민이 리얼투데이 팀장은 "신탁 재건축의 경우 제도상으로는 사업 기간을 크게 줄이고 비리를 없앨 수 있는 매력적인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며 "하지만 1000가구 이상 재건축 사업이 신탁으로 진행된 사례가 없는 만큼 실제 사업 과정에서는 다양한 시행착오로 인해 기간이 되레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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