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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태극기 민심]광기에 놀란 시민들 '태극기 공포증'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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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태극기 민심]광기에 놀란 시민들 '태극기 공포증' 호소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탄핵반대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인 서석구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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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인천에 사는 윤모(여ㆍ31)씨는 요즘 태극기만 보면 무섭다. 주말 촛불집회에 몇 차례 나갔다가 근처에서 맞불집회를 하던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광기(狂氣)에 놀랐기 때문이다.


윤씨는 "2002년 월드컵 때만 해도 태극기하면 열정이 생각나곤 했는데 이젠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면서 "태극기를 든 사람들을 보면 친박(친박근혜)이거나 극렬 보수집단일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지금까지 쌓아온 광복과 민주주의 같은 태극기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럽혀 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원생 최모(28)씨도 "대통령 탄핵반대 운동에서 태극기를 사용하면서 태극기가 국가주의의 상징이 돼버린 것 같다"며 "태극기가 혐오스러워졌다"고 했다.


자부심이자 애국심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태극기를 보고 공포를 느끼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일명 '태극기 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탄핵정국 속에 태극기가 탄핵 반대파인 친박단체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면서 이런 '태극기 포비아'는 극에 달하고 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휘두르며 시민들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등 태극기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민들이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부정적인 인식이 태극기로 옮아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에 노란리본을 달거나 촛불모양을 그려 넣으면서 태극기를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오려는 시도도 나왔다. 그러나 이 또한 태극기를 집회의 상징으로 선점하려는 것이라 오히려 태극기 공포증만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절 태극기 민심]광기에 놀란 시민들 '태극기 공포증' 호소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탄핵반대집회에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운 '유모차부대'가 5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홍창표(64)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홍씨는 "요즘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안 좋다"면서 "태극기는 데모하는 데 쓰라고 있는 게 아니라 국가의 상징이니 애국적이고 상징성 있는 행사 때만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청 근처에서 만난 50대 황모(여)씨에게 태극기하면 어떤 게 떠오르는지 묻자 "아들이 3월1일생이라 예전엔 당연히 3ㆍ1운동이 떠올랐는데 요즘엔 태극기부대부터 생각이 난다"면서 "그분들을 보면서 태극기에 대한 믿음이나 애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극기가 특정 집단이 아닌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국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요즘 태극기를 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선조들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태극기를 제작했듯 본래의 취지대로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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