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여부 결정이 임박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황 총리가 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나 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과의 관계 등을 감안한 정치적 손익계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여전히 산적한 특검의 수사 현안이나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국민의 높은 목소리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검이 추가로 구속영장 청구까지 하며 수사를 '현재진행형'으로 이끌고 있는 마당에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묵살하면 진실규명을 정치적 이유로 가로막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도 황 총리를 압박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특검은 26일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구속기소) 사이에서 사실상 '심부름꾼' 역할을 하며 국정농단에 직간접 개입을 한 의혹을 받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행정관은 이른바 '보안손님'으로 분류된 최 씨를 수행하며 그가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드는 것을 돕고 비선의료와 관련된 여러 사람이 박 대통령을 상대로 진료ㆍ시술 행위를 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 받는다.
이 행정관은 2013년 정호성(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주사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치료아줌마 들어가십니다'라는 등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가 주변 지인 명의로 차명폰을 개설해 박 대통령 등에게 공급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특검은 이 행정관의 지인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을 압수수색해 그가 차명 휴대전화 수십 대를 개통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행정관에 대한 특검의 이 같은 행보는 그간 드러난 관련 정황이 모두 박 대통령을 직접 가리킴을 뜻한다. 박 대통령이 당초 약속한 것과 달리 이런저런 이유로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아 특검의 수사 명분은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특검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구속)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나란히 소환해 조사중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는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뇌물공여, 최 부회장의 핵심 혐의는 이 부회장과의 뇌물공여 공모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 앞에서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농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황 총리로부터 "답변 시한은 (수사 종료일인) 오는 28일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으며 언제 입장을 표명할 지는 심사숙고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황 총리의 입장표명은 27일 중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사종료 당일에 입장을 밝히는 건 정치적 비난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 행정관의 영장심사도 이날 열려 이르면 밤 늦게, 또는 수사 종료일인 28일에 결과가 나온다.
황 총리가 수사기간 연장을 불승인하면 특검은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과 동시에 마무리 절차를 진행하는, 다소 어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황 총리가 불승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법원이 이 행정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국정농단의 최고위 혐의자, 즉 박 대통령을 둘러싼 유의미한 수사의 진전이 이뤄진 상황에서 흐름을 갑자기 끊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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