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명재 칼럼] 안희정, '교사' 이전에 '학생'이 되길

시계아이콘02분 03초 소요

이번 대선의 판도를 좌우할 후보로 안희정 지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비단 지지율에서 20%대로 상승해 있다는 데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가 던지는 화두들이 차기 정부는 물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한 해답을 요구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것, 그럼으로써 대선 경쟁의 내용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안희정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던진 물음들에 정작 그 스스로가 해답이 준비돼 있느냐는 것, 아니 그 이전에 그 질문들을 제대로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최근 보이고 있는 모습들은 그 질문의 무게에 그 자신이 짓눌려 있지는 않는가, 라는 의문-안타까움 섞인 의문-이 들게 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경세가, 초월적 지도자로 내세우는 듯하는 것부터가 그 자신의 어깨 위에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듯하다. 성공적인 광역 지자체 장으로서의 7년간의 경험, 젊은 시절부터 공동체의 삶과 국가의 역할에 대해 치열하게 모색했던 역정, 여기에 정치적 스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이 미친 영향, 그리고 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인한 비탄과 고뇌가 안 지사로 하여금 ‘크고 깊은 생각’으로 이끈 듯하다.

그러나 그의 실질과 구체가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말의 화려함과 어눌함의 공존이 그 단면이다. 그가 방송 인터뷰 등에서 한 말을 살펴보면 그는 대통합, 새로운 정치, 민주주의 리더십 등 큰 얘기를 할 때는 거침이 없었(없는 듯했)으나 구체적인 수준으로 들어가서는 말이 꽤 막혔다. 말이 막혔다는 게 단순히 말의 유창함과 눌변의 문제는 아니다. 적확한 어휘를 찾는 데 애를 먹었으며 말의 문법이 흐트러졌고, 무엇보다 말들 간의 정합성을 잃었다. 가령 ‘중요한 건 구체적인 정책보다 민주주의 원칙이다’라고 해 놓고는, ‘제도만이 민주주의를 굳건히 한다’식의 말을 하고 있다. 어눌한 인식에서 어눌한 언어가 나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의 보수 통합론, 대연정론에 문제가 있다면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그것이 깊지 않은 인식에서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도(中道)로써 통합을 지향한다고 할 때 그 ‘중(中)’은 ‘넓이’보다는 ‘깊이’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동양의 사상에서 '중'이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도 기대지도 않는 것으로 얘기된다. 보수에 대한 구애는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아스팔트를 점령하는 거친 보수를 겨냥할 것이 아니다. 한국 보수의 표면, 거리에서 막말과 비이성적 행태를 보이는 보수를 전체 보수로 보고 표피적인 통합을 하려 할 게 아니라 표피 아래의 진짜 보수, ‘참 보수’를 견인하며 중도와 통합을 제창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그는 현실의 해법을 묻는 질문들에 “민주주의가 해법이다”라고 답한다. 좋은 대답이다. 그러나 그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은 과연 있는가. 민주주의가 끊임없는 발전과 진화를 요구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민주주의인가. ‘오직 민주주의일 뿐’이라는 그의 말 속에는 동양에서 이상적 정치가 펼쳐지던 때로 얘기되는 요순 시절의 ‘무위지치(無爲之治)’를 하겠다는 의미가 읽힌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무위는 엄청난 유(有)위(爲)와 작위(作爲)가 전제돼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정밀한 구상과 정책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떤 ‘선의’에도 불구하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제 3자로서 안 지사를 위해 변명해 보자면 상당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지난 10년간의 안 지사의 '성공'이 결국 지나친 자기확신을 준 듯하다. 경영학의 경구 중에 ‘성공이 위대함의 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성공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특히 통합의 사명감의 과잉, 그것은 충청권이라는 출신에서 더욱 가중된 듯한데, 그 통합과 구국의 소명의 과잉이라는 ‘선의’가 초월적 지도자로서의 결연함을 낳은 듯하다. 안 지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그 소명감과 결연함의 무거운 짐을 조금은 내려놓는 것일 듯하다. 그럴 때 스스로에게 지운 ‘교사’의 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의 마음가짐을 가질 때 오히려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앞에 펼쳐질 듯했던 ‘봄날’은 미처 오기도 전에 허망하게 가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