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단에선 이준용 대림 회장만 참석
차기 회장 선임 등 총회 상정할 안건 의결
구체적인 후보군은 언급 안 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노태영 기자] 철저한 통제 속에서 17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이사회가 30분 만에 종료됐다. 이사회는 오전 11시30분 예정대로 열렸지만 4대 그룹은 모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장단에서도 이준용 대림 회장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날 이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보안이 철저했다. 전경련은 보안업체를 동원해 이사회가 열린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3층 복도를 철저히 통제했다. 일부 카메라 기자는 영상을 찍다가 보안요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허창수 회장 역시 취재진을 피해 다른 길로 행사장에 들어갔다.
이사회는 오전 11시30분에 시작됐다.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참석자수는 과반을 넘겼다. 전경련 이사회는 전체 회원사 600곳 중 110여개로 구성돼있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회원사의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개최될 수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50여개 기업이 직접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가 참석하기 보다는 위임장을 갖고 직원들이 온 경우가 많았다. 10대 그룹은 대부분 참석을 하지 않았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갈음했고, 한진그룹은 대리인을 보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장단 중에서는 이준용 대림 회장만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통상 이사회는 차기 회장이 누가 될 지를 추천하는 자리는 아니다. 쉽게 말해 다음주에 예정된 총회에 회장 선출 안건을 올리는 걸 결정하는 자리다. 신임 회장은 총회 전 회장단에서 만장일치로 정한 후 총회에서 발표하고 박수로 추대하는 형식을 따라왔다. 이날 이사회에선 지난해 결산안, 올해 예산안과 함께 차기 회장 선임안이 의결됐다. 사업계획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다. 차기 회장 역시 구체적인 후보가 언급되지 않았다.
정기총회는 오는 24일 혹은 28일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정관 상 2월까지는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이 일주일 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전까지도 차기 회장이 결정되지 않으면 전경련은 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후보가 안나오면 회원사에 공지하는 식으로 총회를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관상 회장 부재 시 회장단 안에서 가장 연장자인 사람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회장단 중 가장 연장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허 회장이 한시적이라도 임기를 연장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허 회장은 전경련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데 따른 책임을 지고 이달 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상태다.
후임 선출이 늦어지면 전경련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무급이 당분간 전경련을 이끌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비상경영체제다. 회원사 연쇄 탈퇴에 운영비 부족으로 자연스럽게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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