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법조·현직 삼성 출입기자가 본 삼성과 특검…'양날의 검' 이재용 영장 재청구, 승부수일까 무리수일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승부수일까, 무리수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양날의 검'이다.
당사자인 삼성은 가장 피하고 싶은 장면이다. 그룹 오너의 구속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결과다. 16일 오전 10시30분 진행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법률 방어막을 총동원해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검도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다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전체 특검 수사 밑그림이 흔들릴 수도 있다. 특검의 공식 수사종료는 이제 13일 남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라고 출범한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대면 조사도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특검이 꺼낸 승부수는 바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배수진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의 '기본 수사문법'을 거스르는 특검의 행보를 위태롭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역대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왜 없겠나." 박영수 특검의 탄생 배경에 대한 이해, '왜 삼성일까'라는 퍼즐을 풀어가기 위한 기본 전제다.
박영수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삼성그룹은 물론 SK그룹과 롯데그룹 오너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주요 기업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암시하는 행보였다. 하지만 특검은 본격적인 수사를 전개하지 못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14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수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진행하기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에 대한 표적수사를 시인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의 자신감을 반영한다.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없애고자 영장을 청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 담당 검사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수사를 어떻게 했기에 구속영장이 기각됐느냐"는 검찰 안팎의 따가운 시선도 피하기 어렵다. 수사의 차질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한 사건에만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 같지만 검찰의 정무적인 판단에 따라 단행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서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수단이다. 설사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법원의 봐주기'라는 관점으로 책임을 다른 곳에 돌릴 수 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이후 영장 재청구를 단행한 것도 그런 측면이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특검이 수사동력을 잃을 것이란 관측과는 달리 여론의 흐름은 특검 응원, 삼성 비판, 사건 담당 판사 신상털기로 이어졌다. 특검이 잘하고 있는데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번 영장 재청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특검이 구속 자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면서 '구속=처벌'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여론재판 흐름이 형성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벌써부터 영장실질심사 담당 판사의 신상이 여론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여론의 압박이 심할수록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판단은 흔들릴 수 있다.
삼성은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간절한 심정이다. 특검이 주장하는 혐의와 삼성이 말하는 진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한편 삼성은 특검 수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순실 수사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일주일째 주가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15일 오전 9시1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06% 내린 18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보합을 이뤘던 지난 9일을 포함하면 사실상 7거래일째 하락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