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 결과가 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의 대면조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뇌물죄 특성상 뇌물공여자의 혐의가 일부라도 입증되면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검은 14일 오후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을 상대로 한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특검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기각된 이후 3주간의 보강수사를 통해 재청구 결정을 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즉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어느정도 입증 됐다고 판단하면 특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도로 박 대통령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뇌물을 받은 사람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법원으로부터 인정 받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특검은 지난 9일로 예정됐던 대면조사가 무산된 뒤 브리핑 등을 통해 '박 대통령 측의 요구를 거의 모두 수용했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경내에서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등의 협의사항과 관련된 언급이었다.
특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수사 상황을 언론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한 특검법 규정 및 형평의 원칙 등을 일부 양보해가며 '배려'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 신병을 확보하면 당장 이날 재개된 박 대통령 측과의 물밑조율 과정에서 지난번과 달리 '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처럼 조건 등을 내세워 버틸 동력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가능하다.
반대로 법원이 한 번 더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 박 대통령 측이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뿐더러 특검 수사가 끝날 때까지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인 자유한국당과 박 대통령 변호인단 일각에서는 이미 '대면조사에 불응해야 한다'는 직간접 주문과 조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특검이 완전히 엮은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전면에 내세워 여론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과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 말고도 박 대통령의 혐의는 이미 많지만, 이 부분에 수사력이 워낙 집중됐던 탓에 구속 여부가 지니는 상징성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앞서 특검과 박 대통령 측은 지난 9일 청와대 경내에서 비공개로 대면조사를 한 뒤 추가 협의로 수위를 정해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이런 내용을 미리 보도한 걸 두고 청와대가 "특검이 정보를 흘렸다"고 반발하며 대면조사를 보이콧해 무산됐다. 이후 양 측의 조율은 닷새 가까이 중단된 상태였다.
양 측의 협의는 이날 재개됐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정례브리핑에서 "대면조사와 관련해 현재 특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논의됐던 '청와대 경내 비공개 조사'와는 다른 형태의 방식이 논의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특검보는 앞서 '정보유출 논란' 속에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의식한 듯 "특별히 말씀드릴 사안이 있을 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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