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로켓개발에 성공했다면 향후 어떤 무기개발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양한 무기체계개발은 물론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신속성까지 갖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13일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며 "새로 개발한 대출력고체발동기(엔진)를 이용하는 중장거리 전략탄도탄과 리대식자행발사대(이동식 발사차량)를 비롯한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기술적 지표'를 확증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밝혔다. 또 "보다 능력이 향상된 핵탄두 장착을 검증"했다고 덧붙였다.
주목해야할 점은 고체연료다. 이번 시험발사의 고도와 궤적은 북한이 지난해 8월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당시와 동일해 콜드런치 방식을 이용한 지상시험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신형 고체연료를 사용한 지대지 전략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분석된다.
지난해 8월 북한이 SLBM을 발사할 당시 미국 항공우주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에서 공개한 고체연료로켓 연소시험 사진이 "구체적일 뿐 아니라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시험했다는 로켓 엔진이 지름 약 1.25m와 길이 약 3m 크기로 15∼20t의 추진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 엔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로켓이 다단계 로켓의 윗단일 것이라고 전제했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개발하려는 목적은 하나다. 기습이다. SLBM발사는 물론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고체연료개발을 토대로 SLBM을 개발하면 기습공격이 가능하다. 바닷속 은밀한 곳에서 움직이는 SLBM의 특성상 탐지나 추격이 어렵다. 특히 핵을 장착할 수 있다면 유사시 미국의 핵 공격을 받은 후에도 살아남아 미국을 향해 '제2격(Second Strike)'도 가능하다. 북한이 SLBM개발을 하는 주요 목적이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탑재해 기습발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미사일을 탑재한 TEL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신속히 발사하고 터널 등에 숨을 수 있어 피격 가능성이 작다는 군사적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ICBM에 액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일주일이내 발사해야한다. 고체연료와 달리 액체연료의 경우 주입 뒤 1주일이 지나면 산화 등의 영향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새로 주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한다면 산화제도 추가로 넣어야 해 발사 징후가 상대국의 정찰위성 등에 포착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산화제가 혼합된 고체연료는 추진체에 미리 넣어두는 방식이어서 별도 연료 주입 절차가 생략된다. 언제든지 즉각 발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액체연료의 산화제는 맹독성 물질로 일단 미사일 추진체에 주입하면 장기간 보관이 힘들지만 고체연료는 탄두와 일체형이어서 10년 이상 보관하거나 운반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부터 노동, 무수단 미사일과 은하ㆍ광명성 계열의 우주발사체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미사일과 로켓은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고체연료 유도미사일은 KN-02가 유일하다. 고체연료 미사일인 KN-02가 처음 포착된 2000년대 초반, 주한미군사령부가 '최악의 위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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