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때 아닌 '북핵 책임론' 공방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중국이 방관하고 있다고 책임론을 먼저 제기하자 이번에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론으로 맞불을 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3일 사평(社評)에서 "북한이 재차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지 않는다"고 비난한 데 대한 반격성 발언으로 읽힌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중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 3국의 군사 압력으로 인한 정권 붕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국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 신문은 "한·미·일은 중국에게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요구하지만 북핵 문제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고 (미국의 역할 없이는) 미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을 지렛대 삼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다룰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중국을 싸잡아 강경 노선을 취하기보다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기적으로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로 양국 간 긴장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대화의 대상을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다.
추이즈잉 상하이퉁지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이날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는 북핵 개발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핵 위기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동북아 비핵화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롄구이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거리'를 전략적으로 계산했다"며 "군사적으로는 기술력을 과시하면서도 정치·외교적으로는 강대국 간 동맹 관계를 제약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국면의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가 깊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북한과 접촉해 정부 간 담판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무력을 포함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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