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률 90% 넘어도 중도금 대출 받기 어려워
중도금 대출 금리 연5%에 육박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고객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중도금 대출 은행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2개 은행이랑 협의 중이니 곧 결정이 날꺼에요. 걱정 마시고 조금만 기다리시면 어느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지, 이자가 어느 정도인지 결정해 안내해 드릴께요."(수도권의 한 분양 단지 견본주택 관계자)
지난해 10월 수도권 소재의 아파트를 분양 받은 D씨는 최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차 중도금 납부시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중도금 대출 은행이 결정되지 않아서다. 은행들이 중도금 집단 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접한 터라 "곧 은행이 결정된다. 걱정 말라"는 분양 관계자의 말도 곧이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건설사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수분양자들이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중도금을 낼 수 있도록 알선한다. 이 대출은 건설사가 계약자들을 대신해 일괄적으로 은행과 금리를 협의해 대출을 받기 때문에 '집단 대출'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중도금 대출을 받기 까다로워졌다. 금융권이 아파트 중도금대출에 대한 여신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대출 총량을 넘어섰다'며 중도금 대출 요청을 거부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는 상황. 실제 은행권의 중도금대출 축소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아파트 중도금대출 신규 승인 규모는 3분기(13조1000억원)보다 5조4000억원 줄어든 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연초에도 계속되고 있다. 은행들의 중도금 대출 축소가 가뜩이나 위축된 주택 시장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1금융권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을 기피하면서 건설사들은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 이 경우 수분양자들은 어쩔 수 없이 1금융권보다 이자가 비싼 2금융권을 통해 중도금을 대출 받아야 한다. 은행들의 대출 기피 현상과 2금융권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최근 중도금 대출 이자는 연 5%대까지 치솟았다.
대출 이자가 오르면 결국 이 부담은 고스란히 수분양자에게 돌아간다. 예상치 못한 이자가 늘어나면 내 집 마련을 위한 수분양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도금 은행을 구하지 못해 1차 납부시기가 미뤄지는 것도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 중도금 대출 이자가 통상 3~6개월마다 금리가 조정되는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부담은 커진다.
2금융권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최악은 중도금 대출 은행을 끝내 정하지 못한 경우다. 지난해 분양한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아직까지 일반 분양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했다. 조합원은 제2금융권에서 금리 연 5%에 가까운 개인 신용대출을 받기로 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계약률이 90%를 넘어도 중도금 대출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수분양자들은 2금융권이 제시하는 높은 이자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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