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취업지표가 체감물가와 괴리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유경준 통계청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유 청장은 8일 기획재정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물가와 실업률, 소득분배 등의 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심리적 요인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유 청장은 지난 2015년 10월에도 체감물가와 통계청 물가간 괴리에 대해 비슷한 설명을 한 바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두 차례나 물가설명회를 갖고 해명에 나섰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유 청장은 비슷한 이유를 댔다. '평균의 함정' 이론이다. 소비자물가는 전체 가구가 소비하는 460개 품목을 대상으로 측정되나, 개별가구의 체감물가는 이중 일부분만 포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년간 자동차연료 가격 하락이 소비자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했지만, 차가 없는 이른바 '뚜벅이' 생활을 주로 하는 가구라면 이를 체감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컸다. 지난달 시·도별 물가등락률을 보면 대전은 1.5%에 그친 반면 제주는 2.8%로 최대 1.3%포인트나 차이가 있었다. 지표가 1개월, 1년 전과 비교해 상승률을 구하는 반면 사람들은 값이 가장 쌌던 시기와 최근 물가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이유로 꼽혔다.
유 청장은 심리적 요인에도 무게를 뒀다. 이른바 '손실회피편향'이다. 가격하락보다는 가격상승에 민감한 게 사람들의 일반적 성향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표 내에서 동일한 가중치를 가진 참외(1.1)가 5% 상승하고, 복숭아(1.1)가 5% 하락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참외가 상승한 것에만 집중해 체감물가가 상승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이다.
자주 구매하는 물건의 가격변동이 더 크게 느껴지는 심리도 이에 한 몫 한다.
가격이 상승한 품목에는 각각 1.5, 2.0, 2.5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가격이 하락한 품목의 가중치는 그대로 1로 둔 채 소비자물가 지수를 산출해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가중치에 따라 각각 3.1%, 4.1%, 5.1%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였지만, 가격이 올랐던 품목만 주로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3~5% 상승한 것으로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소비자물가 조사품목 중 전년대비 상승한 품목은 299~385개로 하락한 품목(77~130개) 보다 많아 체감물가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가 등 하락한 품목의 가중치가 커 공식 물가상승률은 이보다 낮게 나타났다.
통계청은 앞으로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 통계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를 2015년 기준에서 2017년 기준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또 고령화·1인 가구 증가 등에 대응해 1인 가구와 연령별 가구주에 따른 물가지표를 오는 11월까지 개발한다.
또 소비자들의 바뀐 소비패턴을 반영하기 위해 소비자가 유통업체에서 구매한 시점의 정보를 담고 있는 '스캐너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안을 내년까지 수립·추진할 방침이다.
유 청장은 물가 뿐 아니라 통계청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이 괴리를 보이는 현상 역시 '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체감이란 사람에 따라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주로 육아를 하면서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은 경우 등 다양한 경우에 자신을 주관적으로 실업자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또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체감실업률을 34.2%로 발표한 사례 등을 들며 체감실업률을 작성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치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 청장은 "통계청은 체감 고용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국제기준을 토대로 객관적 기준을 적용, 고용보조지표를 개발·공표하고 있다"며 "(외부 기관들이) 일회적으로 자극적인 수치를 내세워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일회성에 그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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