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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구신(具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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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나라의 근간은 국민이니 권력을 위임받은 자는 그 민심을 헤아려야 한다.


하지만 '웬 강남 아주머니'가 최고 권력자의 묵인ㆍ방조 또는 공유 하에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들을 제 손에 두고 국정을 흔들었고 권력은 그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증유의 시대에 공직사회는 '멘붕' 그 자체다.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오던 일반 공무원들의 정신적 충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무리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더라도 그들이 느꼈을 자괴감은 대통령이 강변한 '자괴감' 이상일 것이다. 파란집에 사는 그 분의 입만 바라보던 고위공직자들의 책임이 크다.


누군가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과연 그게 시스템의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그 시스템을 가동하는 사람이 문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왕처럼 군림하려 하는 대통령이나 직언을 못한 가신들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나라에 해로운 신하는 여섯 유형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름하여 육사신(六邪臣). 간사한 신하(간신ㆍ奸臣), 아첨하는 신하(유신ㆍ諛臣), 참소를 잘하는 신하(참신ㆍ讒臣), 반역하거나 불충한 신하(적신ㆍ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신하(망국신ㆍ亡國臣), 그리고 아무 구실도 하지 못하고 숫자만 채우는 신하(구신ㆍ具臣)가 여기에 속한다.


'지금이 봉건시대냐'고 항변하지만 돌아가는 형국이 그 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 않으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작금의 신하들을 이 분류법으로 따져보는 것도 무리가 없다.


중반을 넘어선 특검의 칼날은 이른바 '법꾸라지'로 알려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넘어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 향하고 있다.


수사 상황과 언론에 밝혀진 여러 의혹들로 본다면 두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반대하던 이들을 찍어내렸으니 참신이다. 권력을 준 국민을 반역했으니 적신이고 결과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켰으니 망국신에 다름없다. 일련의 사태에서 그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을 터이니 구신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한 본인들의 주장처럼 이 사태를 정말 모르고 있었다면 아무 구실도 하지 못하고 숫자만 채웠으니 구신이 된다.


반대의 인물도 있다. 블랙리스트 실상을 밝힌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나와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반대한 쪽을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인데 그렇다면 그는 직언과 고언을 한 직신(直臣)으로 육사신의 반대인 육정신(六正臣) 쪽에 가깝다.


그는 2006년 로버트 하그리브스의 '표현 자유의 역사'라는 번역서에 이런 추천사를 남겼다. "'할 말 다 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담은 책이다.(중략) 예나 지금이나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스스로의 용기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지금의 사태를 예견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는 짧은 서평처럼 스스로에게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주문한 것인지 모른다.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asiae.co.kr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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