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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전복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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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전복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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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과 조조는 난세를 평정했다는 것 말고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둘 다 전복을 좋아했다. 없어서 못 먹지, 누군들 귀한 전복 좋아하지 않을까 싶지만 황제 정도 되는 사람들이 챙겨 먹은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식상하지만 영양을 먼저 들여다보면 전복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은 풍부하다. 또 비타민, 칼슘, 타우린 등의 함유량이 높다. 게다가 암 치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후코이단 성분이 함유돼 있고, 결정적으로 정력에 좋다는 아르기닌도 들어있다. 그러니 오래 살며 두고두고 정력을 뽐내고 싶었을 황제들이 즐겨 찾을 수밖에. 전복을 '패류의 황제'라고 하는데 맛과 영양이 황제급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황제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도 이렇게 불리는 데 한몫 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전복의 존재는 황제의 시대를 앞선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석 등을 토대로 볼 때 지금과 같은 전복이 출현한 때는 1억 년 전이라고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한 300만 년 전 전복은 이미 먹을 만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어쩌면 공룡들도 일찍이 그 효능을 몸소 체험하고 소소하게 간식으로 즐겼는지도 모른다.


이런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복이 우리 식탁과 가까워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패류의 황제라는 별호에 걸맞게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과거엔 생산량이 많지 않은데 정력 챙기는 왕들의 등쌀에 전복 가치가 천정부지 치솟았을 것이다. 공물로 바칠 전복을 따야하는 고역에 대한 기록이 여러 문헌에 남아 있을 정도다. 제주에서 전복을 따는 해남 '포작'이 공출의 가혹함을 피하기 위해 뭍으로 탈출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근대에 들어서도 전복은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 중 가장 비싼 값을 받았다. 그러니 시중에서 큰맘 먹고 전복죽을 사 먹으려고 해도 전복 살점 찾기가 쉽지 않은 희멀건 쌀죽 구경밖에 할 수 없었다.

전복을 서민들도 즐겨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2000년대 들어 대량 양식으로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면서부터다. 생산량이 늘어 가격이 다소 떨어 졌다고 그 가치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공들여 양식한 전복을 세심하게 손질해 음식을 하는 정성이 과거 왕에게 진상할 때와 다르지 않다면 말이다.


새해 들어 그런 마음으로 전복을 손질해 죽을 쑬 일이 있었다. 전복죽을 준비하려면 제주도에선 '게웃'이라고 하는 내장이 손상되지 않게 껍데기에서 살을 떼어 내는 작업을 먼저 한다. 다음에 전복 살을 잘 씻은 뒤 저며 듬뿍 넣고, 잘 다진 내장과 함께 죽을 끓인다. 쌀이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으면서 쫄깃한 식감을 위해, 또 씁쓸한 맛이 지나치게 배지 않게 전복 살과 내장을 딱 적당한 때 넣어줘야 한다.


이렇게 끓인 죽을 진상하는 마음으로 아내와 나눠 먹었다. 죽 한 그릇 달랑 내놓기 머쓱해 새해에는 건강하자는 덕담을 곁들였다. 한 숟가락 듬뿍 떠 입에 넣으니 전복 내장 고유의 감칠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내장이 가지고 있는 짭조름함 덕분에 간이 딱 맞아 다른 반찬에 손이 가지 않았다. 아끼지 않고 넣은 덕에 자주 씹히는 전복 살이 입안에 감기는 맛은 든든했다. 언론인 홍승면 선생은 자신의 음식 칼럼 '백미백상'에 전복에서는 우아한 맛이 난다고 썼다. 이 전복죽 한 그릇에 그게 뭔지 알 것만 같았다. 하긴 누군가를 위해 정성 들여 한 음식의 가치는 다 그럴 것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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