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주민등록 없고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 찾아내 입학과 경제적인 지원 도와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독거 어르신 댁에 어떤 여자 아이가 학교에 가지도 않고 숨겨져 있어요”
재작년 9월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한 어르신의 안부 확인 차 가정방문을 하던 중 동 주민센터에 제보한 내용이다.
복지 담당 주무관이 아이의 엄마 A씨를 수소문해 상담 결과 아이는 주민등록도 없고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다. 직원은 신속하게 아이 출생신고부터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A씨 가정에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청 통합사례관리 의뢰를 했다.
구청 통합사례관리사는 조심스럽게 A씨와 아이를 면담, 그간 살아온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는 전 남편과 결혼생활 중에 생긴 혼외 자녀였다.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쳐 전 남편의 사업부도로 주민등록도 말소된 상황으로 수급자 어르신 집에 방 한 칸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를 출생신고하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도 시키지 못한 이유는 아이의 출생년도 그대로 신고를 하려면 전남편의 친생자추정에 의해 전남편의 가족관계부에 등록될 수밖에 없어 A씨 가족관계부로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A씨는 아이 출생년도를 1년 뒤로 해 다른 자치구에서 출생신고를 시도, 통합사례관리사가 인우보증인으로 동행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여의치 않아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에 통합사례관리사는 취약계층 수요자가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률홈닥터 제도를 통해 무료 법률 상담을 한 결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소 라는 법적 소송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A씨 밑으로 출생신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A에게 알려주었다.
이와 함께 구청 희망복지지원팀은 먼저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교육청을 통해 도와줄 수 있는 장학사를 찾았고, 장학사는 학교에 아이의 입학을 허가해주도록 권했다.
강동구청, 해당 동주민센터도 힘을 모아 방법을 모색, 학교에 입학요청 공문을 보냈다.
아울러 A씨에게는 소송을 진행하도록 했고,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여러 기관들이 아이의 입학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학교는 지역전문가들을 모아 위원회를 열고 아이의 입학을 허락했다. A씨도 지원을 받아 소송을 진행해보기로 용기를 냈다. A씨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두 차례 상담을 하고 소송비 전액 지원 결정을 받았다.
A씨가 사례관리사와 상담소에 동행하던 날 아이는 학교에 4학년으로 입학해 첫 수업을 들었다. 뒤늦은 입학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학교 선생님들도 놀라워했다. 기초학습을 다지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적극적으로 아이를 등록시켜 1:1 학습지도를 했고 공동체생활을 잘 적응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이들을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 강동우체국이 매월 10만원 상당의 후원품과 상품권을 지원, 개인 후원자가 아이를 돕고 싶다고 구청으로 연락을 해 학교 입학용품도 선물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집 보증금 200만원 지원 선정이 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가장 좋은 소식은 소송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아이가 전남편의 친자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 지난해 12월 드디어 아이 출생신고가 처리됐다는 것이다. A씨는 구청 뿐 아니라 도움을 준 지역사회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구 관계자는 “A씨의 경우처럼 법적인 도움이 필요한 법률 사각지대 주민을 위해 법률홈닥터 사업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이 용기 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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