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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불공정 조사권과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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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불공정 조사권과 ‘양날의 검’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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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달시장이 일부 양심을 저버린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위로 홍역을 앓고 있다. 얼마 전 콘크리트 블록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민간에 1만3000원에 판매하는 제품을 관공서에는 색깔만 살짝 바꿔 두 배 비싼 2만6000원에 판매해 2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기가 직접 생산한 국내산 맨홀 뚜껑을 납품하기로 하고 조달청과 계약을 체결한 다른 중소기업도 중국산을 들여와 이를 국내산으로 속여 관공서에 납품해서 문제가 됐다.


조달청에 불공정 행위로 적발된 조달기업은 지난해 한 해만 104개에 이른다. 가격을 속여 판 20여개 기업을 찾아내 받아낸 부당이득액만도 45억 규모다. 고의로 가격을 부풀려 납품한 행위는 세금을 도둑질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 지갑에서 야금야금 돈을 빼내 나라살림을 좀먹는다. 원산지 위반의 폐해도 이에 못지않다. 국내산보다 저급의 수입품을 납품 해 조달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국내 고용도 줄어든다. 그에 따라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과 기반도 약화되기 마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편법과 반칙에 기댄 조달기업이 선량한 조달기업에게 돌아가야 할 수주기회를 가로채, 양심적인 기업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조달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공정성이 무너진 조달시장에서는 선량한 기업은 뿌리를 내리지 못해 고사(枯死)하고, 나쁜 기업은 오히려 뿌리를 단단히 박게 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조달기업의 불공정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불공정 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그 수법이 날로 지능화돼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적인 조사권한이 없는 조달청이 겪어야 한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피조사기업의 동의와 협조를 받아 조사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피조사기업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비협조적인 경우에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못했다. 또한 피조사기업이 작성한 문서나 자료를 제대로 열람하거나 충분히 살펴볼 수가 없어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다. 조달청이 요구한 자료의 제출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피조사기업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성과를 낼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지난 정기국회에서 조달청이 불공정 조달행위 조사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의 조달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조달청이 조사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기업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의 시선도 있으나 사생활 침해에 따른 불편함보다는 범죄·사고 예방 효과가 훨씬 더 큰 CCTV처럼 순기능이 더 많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골목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이 이번 조사권한 강화는 불공정 조달행위 예방에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본다.


조달청은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조달시장을 악용하는 나쁜 기업들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운영의 묘'를 찾아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조사권 남용이나 과잉조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기업에 부담을 주거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조사권 행사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조사절차규정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조달청 조사권은 '양날의 검'이다. 잘 사용하면 조달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되겠지만, 잘못 사용하면 조달기업에 피해를 입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불공정 조달행위에 대한 조사권이 비양심적인 기업을 퇴출시키고 선량한 기업의 수주를 늘리는 방향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 조달청의 조사권이 올바르게 사용돼, 조달시장에서는 더 이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양호 조달청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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