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고용보장 두고 노사 요구 차이 커
지난해 임단협, 결국 설 연휴 넘겨 '장기화' 조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조선업 시황은 올 하반기부터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국내 조선 '빅3'의 임금·단체협상은 설 연휴를 넘기며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측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며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해부터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현재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늦어도 설 전엔 협상을 마무리짓기로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가 그간 분사를 통한 구조조정을 거부하면서 임단협도 지연돼왔다. 분사가 확정되면서 고용보장을 요구했고, 사측은 올해 말까지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2018년말까지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노조는 분사에 따른 이동은 근로자가 선택하고 이동을 거부한 직원은 기존 직무와 비슷한 자리에 배치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분사한 회사는 기존 근로조건을 승계하고 분사하더라도 하나의 노조를 인정하라고 추가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임단협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당장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수 있는 만큼 사측은 노조가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측은 고용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까지 인력의 절반 가까이를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노동자협의회 집행부가 새로 꾸려지면서 교섭을 새로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진척이 없다.
문제는 향후에도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설 전 타결이라는 목표조차 사라지면서 노사는 서로가 제시한 임단협안을 놓고 갈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설 연휴 타결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정당한 요구를 금속노조와 함께 끝까지 싸워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