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피부양자 부과기준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이번 정부안은 너무 온건하고 월급 외 소득자와 피부양자 부과기준이 약하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측은 23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정부안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보수외 소득과 피부양자 부과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안은 소득중심 부과체계 개편으로 가기에는 여전히 더딘 게걸음이라는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측은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형평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지역가입자들은 소득이 없는데도 재산, 자동차, 가족구성원에 각각 건강보험료가 매겨져 원성이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었던 송파 세 모녀가 건강보험료를 월 5만 원을 내야했고 은퇴한 70대 노부부가 시가 2억짜리 작은 빌라 한 채 있다면 월 13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했다고 밝혔다. 반면 근로소득자일지라도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보수외 종합소득을 가진 고소득층은 연간 7200만원까지는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특혜를 누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피부양제도가 존재해 금융, 연금, 기타소득이 각 연 4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무임승차하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 결과 보수외 종합소득을 가진 직장가입자 214만 명 중 약 4만 명만 보험료를 내고 전체 피부양자 중 279만 명이 소득이 있는데도 건강보험료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건강보험료 체계 때문에 그동안 지역가입자인 서민들에겐 가혹하고 고소득층에겐 무임승차의 혜택을 주는 부과방식을 온전히 소득중심으로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측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로 가기 위해서는 재산, 자동차 기준은 온전히 폐지되는 원칙이 천명됐어야 했다"고 지적한 뒤 "그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겠는데 최종 목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보수외 소득을 지닌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이 개선됐는데 너무 온건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안은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직장가입자의 보수외 소득의 기준을 현행 종합과세소득 연 7200만 원에서 1단계에서 3400만 원으로, 3단계에서 2000만원으로 낮춘다.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의 기준도 단계적으로 현행 각 4000만 원에서 직장가입자 보수외 소득과 동일하게 1단계 3400만원, 3단계 2000만원으로 강화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측은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의 보수외 소득은 그 동안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이 컸던 대상"이라며 "정부안의 기준 금액은 기존보다 개선되긴 했는데 여전히 높고 종합과세소득을 2000만 원으로 낮추더라도 일반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즉 근로소득만을 가진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가입자는 2000만원의 근로소득에 건강보험료가 월 10만2000원(절반은 사업주 부담)이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중립의 원칙도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정부안은 1단계에서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1조2780억 원 경감되면서 9089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3단계에서는 적자폭이 더욱 커진다. 무려 2조3108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측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재정중립의 원칙을 훼손시키는 건 곤란하다"며 "정부가 보수외 소득과 피부양자 부과기준을 너무 온건하게 설정한 게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측은 "2013년 7월 정부가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꾸린 이후 3년 반 만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일방적으로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를 선언한지 2년 만에 정부안이 나온 것"이라며 "많은 국민이 절실하게 느끼는 부과체계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한탄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에서 부과체계 개혁을 약속한 야당들이 승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자 비로소 복지부가 개편안을 발표하는 모양새"라며 뒤늦은 정부안 발표에 대해 꼬집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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