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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노믹스 파산]블랙리스트·부실 콘텐츠…'문화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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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제재 대상 1만명 육박…야심찼던 콘텐츠사업 성과도 전무
VR·AR 등 신기술 기업들도 폐업

[근혜노믹스 파산]블랙리스트·부실 콘텐츠…'문화융해'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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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영국의 예술행정가 존 피크가 주장한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다. 1945년 창설된 영국예술평의회는 예술을 정치·관료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이 원칙을 채택했다. 정부가 공공적 후원자로서 지원은 하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부터 이를 기본원칙으로 앞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예술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기구들을 세웠다. 박근혜정부에 이르러 효과는 극대화되는 듯했다. 역대 정부 최초로 '문화융성'을 국정 4대 기조로 잡았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한 문화정책들은 대부분 파산했고, 팔 길이 원칙은 문화인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구호가 됐다.

정치적 기준과 가치가 문화·예술·인본적 가치를 앞질렀다.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의 제재 대상은 무려 9473명. 범위도 연극, 영화, 미술, 음악, 문학 등 전 분야를 걸칠 만큼 광범위하다. 그야말로 '손뼘길이 원칙(Palm's Length)'을 적용해왔다. 그 사이 국가적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했다가 정부 지원금이 삭감되고, 부산시와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강수연 집행위원장(51)은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무조건 차단하겠다는 유신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이 일상적인 통치 행위로 이뤄졌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통제에 몰두한 결과"라며 "해마다 줄어드는 지원금 때문에 위상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광주비엔날레도 비슷한 처지다. 2014년 홍성담 작가(62)가 그린 '세월오월'의 전시가 불허되면서 파행을 맞았다. 큐레이터에서 물러난 가천대학교 윤범모 교수(66)는 "내부 의견이 존중되지 않은 전시라서 불쾌했다"며 "권력과 예술의 균형관계를 깨려는 정부에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제재 대상에는 지난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이름도 있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내고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근혜노믹스 파산]블랙리스트·부실 콘텐츠…'문화융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브랜드 전시 및 K-컬쳐 체험행사’에 참석해 'K-컬쳐 서포터즈'로 위촉된 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정부는 역량을 집결한 콘텐츠사업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의 기획과 자문을 담당했던 문화창조융합본부는 단계적 축소를 거쳐 폐지된다. 문화콘텐츠와 디지털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 공급과 수요가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진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리가 드러났다. 특히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위해 공적 자금이 유용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업 자체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 콘텐츠에 뛰어든 청년들은 시작도 못 하고 도산 위기에 몰렸다.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기업 대표 A씨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고 생긴 콘텐츠업체가 1000여 곳에 이른다. '융합'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고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적잖은 기업들이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벤처단지 명함이 오히려 거래에 독이 된다"고 했다. 문체부는 새해 업무추진 계획에서 '문화융성'이라는 단어를 뺐다. 문화창조융합벨트의 거점인 문화창조융합센터와 2018년 완공될 K-컬처밸리 사업 등에서 손을 뗄 계획이다. 그렇다고 산하기관들의 운영이 정상화된 것도 아니다. 한 관계자는 "예산 삭감으로 올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비선실세가 저지른 잘못에 왜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고 했다.


문체부는 근래 가장 성공한 사업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꼽는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따른 관광수입은 19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한령(限韓令)' 여파로 위태로워졌다. 지난 7월 정부의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한류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전세항공기의 중국 출항을 불허한 것은 물론 관세, 검역 등에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한류사업 확산도 막힌 지 오래다. 중국 문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중국 공연을 허가받은 한국 스타는 한 명도 없다. 문체부는 올해 충칭 비즈니스센터 등을 신설해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애초 예정일이 지난해 3월이었다. 차일피일 미뤄지다 해를 넘기고 말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정책을 바로잡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근혜노믹스 파산]블랙리스트·부실 콘텐츠…'문화융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체부는 김종덕, 김종, 정관주 등 전직 장차관들이 줄줄이 구속된데 이어 조윤선 장관마저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문제사업 재점검·검증 특별전담팀'까지 가동하며 내부 감사를 진행하지만 별다른 효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종환 의원은 "팀장을 맡은 기조실장, 문예실장, 콘텐츠실장 등이 오히려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며 "겉으로는 사죄하고 제 살을 깎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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