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트럼프 당선 등 '환율 변동성' 확대
작년말 원·달러 환율은 1207.7원, 전년比 35.2원 ↑
기업 선물환 거래 2009년 이후 최저치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지난해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이 6년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16년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하루 동안 원·달러 환율의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를 나타내는 '일중 변동폭'은 평균 7.5원(변동률 0.65%)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터졌던 2010년 9.5원 이후 가장 큰 변동폭이다.
일중 변동폭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가 8.2원(0.68%)로 가장 컸고, 2분기 7.7원, 3분기 7.2원, 4분기 7.0원으로 점차 안정된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신호 등이 환율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폭(종가기준)은 평균 6.0원(변동률 0.51%)으로 2015년 5.3원(0.47%)보다 컸다.
주요 20개국(G20) 통화의 전일대비 변동률 또한 2015년 0.53%에서 작년 0.56%로 확대됐다. 한국보다 변동이 컸던 나라는 남아공(1.02%), 러시아(0.93%), 브라질(0.87%), 멕시코(0.74%), 아르헨티나(0.56%), 터키(0.55%) 등이다. 브라질은 탄핵 정국이 종결돼 안정을 찾으면서 절상됐고, 멕시코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터키는 군부 쿠데타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207.7원으로 전년말(1172.5원) 대비 35.2원 상승했다. 원화가 2.9% 절하된 것이다. 연평균 환율은 1160.4원으로 전년(1131.5원)보다 28.9원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초 중국 금융·경제 불안, 국제유가 급락으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1238.8원(2월25일)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대외불안 요인이 진정되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연된다는 기대감에 연중 최저점인 1090.0원까지 하락했다. 6월 브렉시트 가결로 주요국이 적극적으로 시장안정화 노력을 기울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미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전망,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 등으로 상승세를 타며 1207.7원으로 마감했다.
원·엔 환율(100엔당)의 경우 작년말 1035.3원으로 전년말(974.1원) 대비 61.2원 올랐고, 원·위안 환율은 173.05원으로 전년말(177.85원) 대비 4.80원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 은행간 시장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외국환중개회사 경유분 기준)는 225억5000만달러로 전년(235억8000만달러)보다 4.4%(10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국내 기업의 선물환 거래규모는 1404억달러로 2009년(1207억달러)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1579억달러)에 비해 11.1%(175억달러) 감소한 수치다. 선물환 매도는 조선·중공업체의 수주 부진 등으로, 선물환 매입은 원자재 수입규모 축소 등으로 각각 감소했다.
비거주자의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의 경우 순매입(국내 외국환은행과의 매매 기준) 규모가 462억1000만달러로 전년(308억1000만달러)보다 50%(154억달러) 증가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 변화, 위험회피심리 변화 등에 따라 변동하다가 10월 이후 달러화 강세,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 등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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