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경제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할 재계가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손발이 묶이며 향후 투자 위축에 따른 경제 악영향이 심화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소비가 움츠려든 상황에서 '총수 리스크'에 휘말린 주요 대기업들까지 투자를 미룰 경우, 경제성장률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통상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마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성장률도 부진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17일 정재계에 따르면 최근 특검 수사로 이어진 탄핵정국 여파, 조기 대통령선거 국면 등은 주요 기업들의 투자위축 장기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16일 "경제보다 정의 수립이 중요하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SK와 롯데 등 수사를 앞둔 주요 기업들 모두 경영활동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차기 대선국면도 기업의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내로라하는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재벌개혁'을 화두로 들고 나올 것이 예상되는 만큼, 재계로선 숨죽이는 한 해를 보낼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선이 실시되는 해에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평균 0.6%포인트, 4.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1987년 13대 대선부터 2012년 18대 대선까지 6번의 대선이 열린 해의 경제성장률을 살펴본 결과, 전년 대비 평균 0.5%포인트 떨어졌다.
주원 현대연 경제연구실장은 "대선이나 총선 등 정치적 이벤트때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 경제분야"라며 "대선을 앞둔 시기에는 기업의 투자 등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한국 산업 전체가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탄핵 정국과 소비ㆍ투자 부진에 더해 미국 신정부 출범, 금리인상, 미ㆍ중 간 무역전쟁 가능성 등 주요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다"고 입 모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정부는 20조원의 경기보강, 역대 최고 수준의 1분기 조기 재정집행 등을 통해 부진한 소비와 투자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높은 신용등급과 대외건전성, 재정여력 등을 들어 해외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재정지출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높은 신용등급(S&P 기준 AA)이 실물경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여부 결정에 있어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평가사의 평가기준이 해당국의 부채규모와 상환능력이라는 점에서 괴리가 크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는 가운데 자칫 당국이 높은 신용등급에 가려진 착시현상에 빠져 잘못된 정책판단을 내놓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