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아시아판 1면에 '삼성의 후계자에게 구속영장'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며 관심을 보였다. WSJ는 이 부회장 구속 영창 청구 소식을 전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제조사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삼성전자가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리더십을 맞아 변혁을 겪고 있는 어려운 시점에 이번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며 "대한민국의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리더십에 대한 운명이 대통령과 관련한 이번 부패 사건의 조사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데 대해 세계 언론이 앞다퉈 주목하고 나섰다. 언론들은 비교적 소상히 상황을 전달하면서 삼성의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17일 재계 관계자는 "영장 청구만으로 이미 삼성은 부패기업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고 우려했다.
삼성그룹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뇌물을 받은 당사자는 서면조사에도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단에 기부한 기업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납득이 되냐"며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구속영장이 뜻하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으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도 특검이 영장 발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여론에 기댄 정치적인 판단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특검 수사에 대해 '유감스럽다' 정도로만 반응해온 삼성이 '특검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격하게 반응하는 것도 더 이상 물러설 여력이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다. 이와 함께 18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을 지우려고 애쓰고 있다.
삼성그룹은 외신과 함께 해외 연기금의 움직임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연기금 규정에 범죄와 연루된 기업에는 일정기금 이상을 투자못하는 조항 들이 있는 경우도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이런 부분들을 크게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재계도 특검 수사가 삼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989년 우지파동, 2004년 만두소파동에 휘말린 기업이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기업은 망가질대로 망가졌다"며 "영장이 청구된 것만으로도 삼성은 이미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 권력의 부정으로 비롯된 일을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3류 정치가 1류 기업을 망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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