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청와대의 개입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부가 대수술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다.
1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오는 25일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행사 절차와 전반적 기금운용체계 개편 등을 위한 의견이 논의될 예정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통상 분기별 1회씩 회의가 열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기금운용체계 개편과 맞물려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행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25일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관련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측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과 더불어 기금운용본부의 구조적 한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당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 전 장관도 조사 과정에서 이를 일부 시인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의 기명 표결만으로 찬성을 결정했다. 이를 주도했던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최근 특검의 조사에서 "문 전 장관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당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 전 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책임과 권한이 불명확하고 '보건복지부→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의 한계 등으로 정부 등 외압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금운용위원회의에서는 이러한 틀을 대폭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과 공단 이사장, 기금운용본부장의 책임 권한을 명확히 하고 의결권 행사시 전문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등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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