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 파장 촉각…삼성 경영공백 우려, 주요 사업 올스톱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삼성이 피말리는 22시간 30분을 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영수 특검' 소환 조사를 마쳤다.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조사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12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12일 자정을 넘기면 귀가할 것이란 일반적인 관측을 넘어서 13일 아침까지 조사는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7시50분께 귀가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특별히 답변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들은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과 박영수 특검 사무실 인근에서 밤샘 대기를 이어갔다.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 대부분은 특검 사무실 주변에서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특검이 수사의 강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은 흘러 나왔지만, 심상치 않은 흐름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이 부회장이 일단 특검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시계제로' 상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둘러싼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강요로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어쩔 수 없는 강요에 따라 이뤄진 지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검찰은 삼성을 피해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지만, 특검은 '피해자 프레임'을 경계하고 있다. 양형을 정할 때 고려요소로 삼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처벌은 문제 없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이러한 특검의 기류가 다양한 경로로 흘러 나오면서 삼성은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상황은 삼성 입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양한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경험은 있지만, 그룹 총수를 비롯해 핵심 인사들이 동시에 사법처리 될 수도 있는 상황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는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삼성의 주요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가 될 것"이라며 "경영 공백에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4분기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새해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적인 전장기업인 하만 인수를 발표하는 등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힘을 썼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하만 인수를 비롯한 주요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종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조원대의 투자 결정은 그룹 총수의 결단이 이뤄져야 가능한 일인데 전문 경영인의 판단만으로 그런 결정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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