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12일 귀국하면서 '뉴 DJP 연합론'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과 국민의당의 호남세력이 함께 모여 제3지대 대통합 가능성으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과 영남의 보수개혁세력인 바른정당까지 합류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대선정국이 뜨거워지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반 전 총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유력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선두경쟁을 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은 보수진영의 '구세주' 같은 존재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전부터 국민과 사회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순수 외교관 출신이면서 정치적인 색이 옅어 제3지대의 구심점으로서 강점이 크다.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통합이나 연대가 없이는 대선 후보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호남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뉴 DJP 연합'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안철수 전 대표의 '자강론'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저는 우리당 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하지만 안 대표께서는 열린정당 열린자세로 우리 국민의당 정체성을 인정하고 들어오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생각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반 총장께서도 우리당에 오셔서 안철수 천정배 손학규 정운찬 반기문 이렇게 강한 경선을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하는 '뉴 DJP 연합' 가능성에 대해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함께 하는 협치와 연정구조를 염두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반 전 총장이) 거기에 가장 중심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바른정당 후보가 된다면 가장 좋지만 저희 후보가 안 된다면 그렇게라도 하는 게 나라에 훨씬 도움이 되고 바른 방향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 DJP 연합'의 가능성은 지지율로도 확인 할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일 '레이더P' 의뢰로 실시, 발표한 '1월 2주차 주중동향(9~11일 ·1511명 ·응답률 2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20.3%를 기록해 27.9%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표는 TK(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보수진영의 입장에서는 '제3지대'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 여기에 정당별로는 민주당은 37%의 높은 지지율을 차지해 새누리당(12%), 국민의당(12%), 바른정당(12.3%)이 모두 연합해야 승부가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반 총장의 경우 지지기반인 대전·충청·세종에서 27.7%를 기록해 20.6%를 기록한 문 전 대표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10%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뉴 DJP 연합'에 야권 주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인간적 도리를 지키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도덕적 문제를 공격했다.
안 전 대표도 "역사적으로 스스로의 힘을 믿지 않고 연대를 구걸한 정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며 "우리가 가진 힘을 믿고 스스로의 힘으로 정권교체와 구체제 청산의 역사적 임무를 완수하자"며 '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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