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카, 존 나이스빗, 엘빈 토플러, 세계경제포럼 등에 의해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와 유사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 왔다. 최근에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현 시점이 제3차 산업혁명, 즉 인터넷 기술의 등장과 발전에 따른 디지털 혁명의 연속선상이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아니란 주장도 들린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정의를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논란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혁명인지 아닌지는 후세에서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흔히 미래기술이라고 분류하던 많은 기술들이 시장으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공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직접 개발을 했던 필자도 최근 새로운 기술들의 빠른 발전과 시장 진입이 무서울 정도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분명한 것은 최근 떠오르는 기술들은 기업이나 정부 모두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이른바 티핑포인트에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 혁명 초기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로 빠른 팔로우어였고,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테스트베드였다. 세계에서 혁신이라고 이야기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활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러한 단어는 우리와 상관이 없어졌다. 이미 우리나라 시장 매력도는 그만큼 낮아졌고, 더 이상의 전략은 무의미하며, 당연히 혁신의 토양이 부실해졌다. 오히려 싱가포르가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 테스트베드로 떠오를 것 같다. 스마트 네이션 전략을 추진하며 인구, 기후, 교통, 국토, 재난 정보 등 싱가포르의 모든 정보를 포함한 버추얼 싱가포르라는 가상도시를 구축하고 있다. 가상세계에서 국민들은 모든 관련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도로망 등 새로운 변화의 영향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정부, 기업, 시민, 연구소들이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른바 3V(Virtual, Visual, Venture) 전략이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 문제 해결을 위해 교통, 건설, 서비스, 의료, 교육,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인화, 자동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시작했을 정도다.
우리나라 언론에는 하루도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도 민관합동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까지 경제, 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4차 산업혁명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준비했으면 좋겠다. 세계경제포럼의 4차 산업혁명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의 현실과 문제점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실행력이 동반된 과감한 대책을 보고 싶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소사이어티 5.0'로 정의했다. 수렵, 농경, 산업, 정보화 사회를 잇는 사회로 "연령, 성별, 위치, 언어 등의 한계를 넘어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과 수량만큼 공급받아 만족스럽고 편안한 생활을 유지하는 사회"로 본 것이다.
소사이어티 5.0 플랫폼을 구축 하면서 최근 사이버-물리시스템에서 부각되는 기술들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위의 정의에서는 기술 중심보다 수혜자 중심이 눈에 띄고, '5.0'이란 숫자를 사용해 4차 산업혁명 주도국 가운데 하나인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넘고자하는 의지도 엿보인다.
우리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압축성장이었다. 서양 국가들이 18세기부터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쳐 현재의 국가시스템을 완성시킨 과정을 1960대 이후 단시일 내에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높은 생산성과 단기적인 양적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니, 과학과 기술발전과 함께 교육,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노동 등 모든 국가를 구성하는 시스템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제 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 위기론 이야기가 나온다. 티핑포인트를 견인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위의 분야도 분명히 함께 성장해야 한다. 앨버트 카가 '미국의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책에서 4차 산업혁명을 최초 언급했듯, 앞으로 2~3년이 '한국의 마지막 기회' 일 수도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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