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9주째 이어진 촛불집회가 한파가 몰아친 24일의 성탄 전야를 '하야 크리스마스'로 물들였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70만명(주최 측 추산)의 연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60만명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광장에서 촛불이 타올랐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조건없는 즉각 하야와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집회는 또다시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예전 같으면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이 울려퍼졌을 거리에선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구호가 맴돌았다. 촛불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수놓았다.
시민들은 집회에 앞서 열린 콘서트와 공연 등 사전 행사에 참여해 집회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근혜정권 퇴진 청년행동' 소속 청년들은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이들은 이후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해 박 대통령에게 수갑을 선물하는 공연을 펼쳤다. 연인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해 성탄 전야를 보내려는 이들도 광화문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삼삼오오 가족단위로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은 "아이들에게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교육의 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후 6시를 기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국가 정상화를 기원하는 소등 행사가 열렸다. 행사 직후에는 청와대를 비롯해 헌법재판소, 국무총리 공관 등 크게 세 갈래 방향에서 행진이 이어졌다. 탄핵 심판을 준비 중인 헌재와 공동 책임론에 휩싸인 총리 공관이 타깃이 됐다.
헌재 쪽으로 향한 참가자들은 '뿅망치'를 두드리며 신속한 탄핵심판 인용을 촉구했다. 총리공관 쪽에선 '레드카드'를 들어보이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집회에는 서울제일교회, 향린교회 등 일선 교회와 박근혜퇴진기독교운동본부 등이 동참했다. 서울제일교회는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고(故) 박형규 목사가 사목했던 곳이다.
행진 이후에도 곳곳에서 공연이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에선 서울재즈빅밴드, 연영석 등이 무대 위에 올라 캐럴을 선사했다. 가사를 바꿔 부르는 다양한 개사곡들도 귀에 들어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변함없이 대규모 촛불집회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한편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도 수 만명의 인원을 동원해 맞불집회를 벌였다. 서울 청계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선 일부 언론과 종북세력이 촛불집회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는 보수단체들의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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