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차질 불보듯…사측 우려
가입해도 구조조정 저지할 강제 수단 없어…회의론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재가입을 추진하면서 사측이 추진하는 구조조정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4월로 잡았던 분사 목표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조합원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19일 임금·단체협상도 빈 손으로 마무리되면서 가입 찬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사측은 구조조정은 경영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 부문과 비조선 부문을 분리해 각각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도 있다는 것. 그동안 조선 위주로 사업이 운영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조선 사업이 소외됐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도 놓쳤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노조는 분사를 발표한 직후부터 "구조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조선사 대비 실적 등 경영 환경이 나쁘지 않음에도 공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진행된 인력감축 등으로 이미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진데다 임단협 협상조차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갈등을 키웠다.
이번 민노총 가입이 회사의 분사 등 구조조정 반대와 맞물려 있는 만큼 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민노총과 함께 구조조정 저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노총은 이미 "사측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함께 투쟁하겠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노총은 "분사는 대주주 정몽준 씨가 회사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이라며 "계열 분리로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재벌 3세 경영세습을 위한 포석을 놓거나,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한다면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민노총을 등에 업고 강경 투쟁 일변도로 나설 경우 구조조정 이행에도 혼란과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사가 노조의 동의를 필요로하는 작업이 아닌 만큼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노총에 재가입해 금속노조 차원에서 구조조정 문제에 개입하더라도 이를 저지할 강제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이로 인해 민노총 가입에 따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작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 노조집행부가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금속노조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려 한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갈등 보단 일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회사가 조기 안정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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