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등 근거로 천경자 작품 결론…뤼미에르 감정단·유족 위작 주장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싸고 25년간 위작 논란이 이어졌다. 검찰이 지난 19일 진품으로 결론을 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유족이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단의 결과 등을 내세워 반발하고 있다. '모나리자'의 표면 아래 숨은 그림을 밝혀내 명성을 얻은 뤼미에르 감정단은 지난 10월 "진품일 가능성은 0.00002%"라는 보고서를 냈다. 유족 측 배금자 변호사는 "단층 1650개를 수학, 물리학, 광학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장미와 여인'을 보고 제작한 위작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검찰은 "보고서에 단층 분석이 들어있지 않다. 감정단의 비교법은 진품조차 진품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4%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진품으로 본 근거는 크게 세 가지.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일치하는 석채(돌가루나 광물로 만든 물감분말) 안료, 두꺼운 덧칠 ▲감정의원 아홉 명의 진품 견해 ▲1976년작 '차녀 스케치'를 모티브로 한 점이다. 특히 검찰은 1981년작 장미와 여인을 토대로 위조됐다는 주장에 대해 "차녀를 그린 스케치를 토대로 미인도와 장미의 여인 두 점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차녀 스케치는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 작품을 보고 그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1981년 미인도가 바꿔치기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림을 국립현대미술관에 헌납한 사람의 유족이나 헌납 당시 감정위원 등이 자신들이 소장 및 감정했던 그림이 미인도와 같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이관 당시 미인도의 사진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 화백의 화판에 그려진 다른 진품의 경우 화선지가 화판에서 분리된 경우가 없는데, 미인도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미인도가 바꿔치기 당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01년 4월 홈페이지에 게재한 작품 상세 정보에 '화선지에 담채'라고 기재돼 있는데, 검찰이 감정한 미인도의 상태는 명백한 진채"라며 "입고 당시 그림이 바뀌었을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조사에서 미인도의 원 소장자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으로 밝혀졌다. 1980년 1월28일에 기증했다고 쓰인 기증서가 주요 근거. 그러나 유족 측은 "김재규가 항소심 중 감옥에 있던 기간"이라며 "기증서의 무인과 성명 부분도 문질러져 있다. 본인이 작성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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