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19일로 18대 대통령선거 4년을 맞았다. 야당에게 있어서 '1219'는 대선 패배 이후 안타까움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숫자였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2016년 이날 야당은 4년 전과 전혀 다른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577만 3128표를 얻어, 범야권 단일 후보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당시 후보(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1469만2632표)를 꺾고 당선됐다. 야당은 대선 직전 확인됐던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을 문제 삼으며 국정원의 대선개입 논란으로 정부ㆍ여당과 전쟁을 치렀다. 대선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논란은 이후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번번이 대선 불복 프레임에 갇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문 전 대표는 1년 뒤 '1219 끝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통해 정치 일선으로 돌아왔다. 문 전 대표 '1219'라는 숫자를 통해 패배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야당의 새로운 시작은 시작되지 못했다. 야당은 대선 과정의 공정성 문제와 이 과정에서 새롭게 불거진 남북 정상회담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을 두고서 정치적 극한 대립을 벌였고,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인하며 패배를 거듭했다.
12월19일은 원내 제3정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날이기도 하다. 2013년 8월28일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이른바 '통진당 사태'는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통진당 해산에 찬성했다. 통진당 해산과 함께 소속 의원 5명 역시 의원직을 잃었다. 통진당의 해산은 원내 진보 정당 해산의 의미를 넘어, 야권 전체에 있어서도 후보 단일화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주는 사건이 됐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필승 공식이었던 후보 단일화는 '종북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야권의 단일대오는 더 이상 유효한 선거전략이 되지 못했다.
2015년 12월 야권은 최악의 분열의 파국을 겪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간 합당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냈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두고 문 전 대표와 갈등을 빚다 12월13일 전격적으로 탈당 기자회견을 했다. 안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연달아 탈당을 했다. 2016년에는 국민의당이 출범하며 제3당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야당이 12월19일을 절망과 두려움으로 맞았던 것은 여기까지였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탄핵정국의 수혜를 입으면서 여론조사기관 갤럽 주간여론조사에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정당 지지율 40%에 올랐다. 국민의당은 12%, 정의당은 3%를 기록했다. 야권 정당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응답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 주자에서도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빼면 여권 인사를 찾기조차 어렵다. 이같인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박 대통령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부터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대선패배와 관련해 "4년전 국가의 불행이 시작된 날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겠다"면서 "우선 송구스럽고 미안하다. 우리 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국민의 고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 패배는 국민의 고통이란 각오로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고 내년 대선에 임하는 결의를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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