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발(發)' 정계개편은 어떻게 이뤄질까.
◆'외나무 다리' 승부에서 친박이 승리…비박이 후폭풍 주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외나무다리 승부'인 원내대표 경선이 16일 친박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사상 초유의 집권 보수정당 분당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폐족'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던 친박이 되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으로 실패했지만 끝내 죽지 않는다며 영화 속 '좀비'에 빗댄 지적까지 등장했다.
이미 비박계의 새누리당 탈당과 신당 창당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리결과 발표에 이어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경선에선 범친박인 정우택 의원이 119표 가운데 62표를 얻어 55표를 획득한 비박계 나경원 의원을 제쳤다. 이들이 양대 계파를 대표하는 단일후보로 나선 가운데 당 안팎에선 박빙의 승부를 점쳐왔다.
친박계의 당 사수가 현실화되면서 향후 비박계의 탈당과 신당 창당, 이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론도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제3지대는 새누리당 비박 진영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일단 여당이 분열하면 대선 직전에야 합종연횡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러 변수가 거론된다. 우선 친박이 장악 중인 새누리당 합류를 꺼리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언급된다. 그는 신당 창당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내년 1월 귀국 이후 한동안 정치권 외곽에 머물며 향후 행보의 로드맵을 그려갈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정운찬은 외생변수…'개헌' '동반성장' 고리로 헤쳐모여 나설 듯= 또 다른 변수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꾸준히 대외활동을 이어온 정운찬 전 총리다. 정 전 총리는 최근 서울 광화문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조직 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이른바 제3지대론의 핵심인사인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과 막역한 관계라는 점에서 정계개편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박 단체행동의 '키 맨'으로는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ㆍ나경원 의원이 꼽힌다. 이들은 이미 탈당의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관측된다. '잔류파'였던 유 의원은 경선 직후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이야말로 보수정당 재건의 첫걸음"이라며 "경선 결과를 보고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빍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오는 21일을 전후해 이뤄질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까지 지켜보고 탈당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지도부가 자신들이 장악한 전국위원회를 통해 '허수아비' 비대위원장을 세운다면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무성·유승민, 탈당 8부 능선 넘었다?= 앞서 '보수 대연합'의 밑그림을 제시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제시한 김 전 대표는 "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가짜 보수를 걷어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새누리당 비주류와 늘푸른한국당, 국민의당, 민주당 개헌파 등을 광범위한 통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와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영입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고리는 '개헌'이다. 김 전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위원회'에 참석해 새누리당 개헌파의 개헌 방향과 전략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나 의원 측은 애초 친박계가 원내대표 후보를 내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할 만큼 적대적이었다. 나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당의 화합은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비상식적이고 사당화된 지금의 모습으로 화합을 외친다면 우리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친박 주도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이인제 공동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얼마 전까지 당은 비박이 장악했고, 주류와 비주류는 계속 바뀌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완전히 찢겨도 새로운 모습으로 재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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