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신(新) 3고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부진 속에서 정치적 불안 등으로 경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 요인보다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소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의 자본유출과 경기침체를 불러올 경우,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지고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3∼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0.25~0.5%인 정책금리를 0.5~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다음달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예고하고 있어 금리인상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연준은 내년 금리 인상 전망을 2회에서 3회로 늘리기도 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국의 자본유출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여지가 많다. 지난달 중국 외환보유고는 전월(3조1200억달러)에 비해 691억달러 감소한 3조500억달러로, 2011년 3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주식에서 1조1900억원, 채권에서 1조7980억원 등 모두 2조988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내년 미국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에 따라 외환보유고가 빈약한 일부 국가에 외환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1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크게 변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국내 은행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1300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인상은 달러의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80원대를 넘어섰다. 미국 금리인상에도 불구 국내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릴 경우 환율상승 압박은 더욱 커지게 된다.
국제금융센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공약보다 완화 또는 수정되면서 달러강세가 둔화될 여지가 크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강화되면서 신흥국은 취약국을 중심으로 안정적 외환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의 전반적인 외환보유액 확대와 은행 시스템 안정, 거시경제 여건의 개선 등으로 신흥국의 전반적인 금융불안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이어 비회원국도 감산에 동참하기로 함에 따라 큰 폭으로 오른 뒤 배럴당 50달러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서 러시아와 멕시코 등 OPEC 비회원 산유국이 하루 산유량을 55만8000배럴 줄이기로 합의함에 따라 OPEC 회원국(120만배럴)까지 합치면 감산규모는 하루 180만배럴에 이른다. OPEC은 내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5∼60달러로 제시한 상태다.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게 되면 수입물가를 크게 끌어올리게 된다. 1%대에 그친 소비자물가가 어느 정도 적정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의 구매여력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부진한 내수경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금리를 봐야 하고 환율, 내수경기,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따라 올릴 필요는 없다. 국내 금리의 상승 또는 하락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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