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하영 기자, 문제원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과 영하의 추운 날씨도 막지 못했다. 또다시 전국에서 100만개가 넘는 촛불이 불타올랐다. 사상 유례없는 시민민주주의 혁명을 끌어 낸 '화염병보다 무서운' 촛불은 여전했다. 탄핵 가결을 자축하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평화적 행진이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에서 일곱번째로 재현됐다.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87곳에서 7차 촛불집회가 벌어졌다. 참여 인원은 서울 170만명 전국 232만명 등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주 6차 때보다 다소 줄어들어 오후 8시30분 현재 서울 80만여명, 부산 10만명ㆍ광주 7만명 등 지역 23만여명을 합해 총 104만 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6차례나 촛불 집회가 개최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데다 전날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안도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민들 때문에 집회 참여 인원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던 예상을 단 번에 깨는 규모였다.
집회는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탄핵안 가결을 자축하는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축제처럼 진행됐다. 시민들은 촛불 외에도 각자 준비해 온 폭죽을 연달아 터뜨리는 등 은미, DJ DOC 등이 각각 본무대ㆍ사전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으로 분장한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특히 집회의 제목 '박근혜정권 끝장 내는 날'의 의미에 맞게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ㆍ처벌 등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탄핵 가결 탓에 한층 표정이 밝하진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분노를 표출하던 이전 집회 때보다 우리 힘으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순간을 남기려는 인증샷 찍는 사람도 다수였다. 무겁고 관리하기 힘든 피켓보다는 옷이나 가방등에 직접붙일수 있는 다양한 스티커가 등장한 것도 눈에 띄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진 덕에 지난 집회들과 달리 물리적 충돌이 훨씬 줄어들기도 했다. 효자치안센터, 청운ㆍ효자주민자치센터 등 청와대 앞 100m 지점에서 벌어지던 경찰-시민간의 몸싸움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민들의 구호도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인용을 촉구하거나 박 대통령 퇴진을 넘어 '박근혜 구속', '새누리당 해체', '황교안내각 총사퇴' 등으로 변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이날 집회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전 집회→청와대 포위 행진→광화문 광장 본집회→2차 청와대 포위행진의 순서대로 진행됐다. 농민, 대학생, 세월호 유가족, 청소년, 노동ㆍ사회단체 등은 각각 사전 집회를 마친 후 오후 4시쯤 광화문으로 집결해 자하문로, 효자로, 삼청로 등 3개 코스로 청와대 인간띠잇기 행진을 시벌였다. 청와대와 100m 정도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등에까지 행진한 후 오후 9시30분 현재까지도 연좌 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 중이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본집회에서는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와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희회 집행위원장, 김태연 재벌특위 공동위원장이 나서 탄핵 가결을 축하하는 한편 계속적인 투쟁을 촉구했다.
가수 이은미씨를 비롯해 권진원, 평화의 나무가 올라와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오후 7시40분쯤부터는 종로와 청운동길 등 7~8개 경로로 2차 청와대 포위 행진을 진행했고, 오후 9시부터는 인권콘서트와 자유발언대 행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인권콘서트는 세계인권의날을 맞아 '모두의 목소리로'라는 주제로 걸그룹 '볼사춘기', 우니라나, 416합창단, 평화의나무 합창단, 프로젝트 '그날들', 미디어퍼포먼스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들도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청계광장 등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한때 20~30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으로 다가가려다 시비가 붙여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통인시장 인근에서 촛불집회 대오에 뛰어들면서 갈등이 빚어졌지만 경찰의 강제 분리로 사태가 마무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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