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만 코레일 사장 "이번 파업을 '균형적' 노사관계 정립 기회로 삼겠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법부 판단 따를 것"
"SRT 출범은 상쾌한 경쟁…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

홍순만 코레일 사장.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이번 파업을 노사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계기로 삼아 향후 이 같은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철도 파업철회를 앞둔 9일 오전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74일간 파업이 이어지면서 국민들께 큰 불편을 끼친 만큼 이번 경험을 파업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사장은 "그동안은 철도파업 때마다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국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유지인력을 통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파업이 노사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코레일 노사는 '열차 운영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9일 오후 2시부터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철도노조가 지난달 27일 파업에 돌입한지 74일 만이다.

하지만 노사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앞선 합의 사항에 이번 파업을 촉발한 '성과연봉제' 도입·철회 여부는 빠졌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취업규칙 일방변경(성과연봉제)' 관련 가처분과 '군 인력 투입 중단' 관련 가처분 소송을 지난달 제기한 상태다. 노조는 이 결과에 따라 언제라도 쟁의권이 다시 발동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사측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따른 방침이다. 홍 사장은 "사법부가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코레일은 이를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에 대해선 그는 "열차 운행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노조가 이제 복귀하는 시기에서 징계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레일은 파업에 따른 열차 운행 차질 최소화를 위해 기간제 직원 채용 등을 통해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최근까지 KTX와 통근열차 100%, 수도권전동열차 87%, 일반열차 60%, 화물열차 50% 수준의 운행률을 유지했다,

홍 사장은 "이들은 파업기간 동안 열차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 굉장히 고마운 분들"이라며 "기간제 인원들에 대해서는 향후 철도공사 채용에서 가점을 주거나 극히 일부지만 특별채용을 통해 보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약기간은 2~3개월이지만 업무에 충분히 숙달한 뒤 나갈 수 있도록 고용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통한 수서발고속철(SRT)에 대해선 "SRT는 상쾌한 경쟁자"라며 "코레일 입장에서는 SRT 도입에 따른 고속철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요금 낮아지고 서비스 강화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열차 운행 정상화는 오는 12일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코레일은 파업에서 복귀한 직원들의 심신안정과 안전교육을 위해 3일 정도의 복귀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업무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동열차와 화물열차는 12일부터 정상 운행하며, 일반열차는 이날부터 운행률을 높여서 단계적으로 정상화 할 예정이다. KTX는 차량 안전 확보를 위해 당분간은 현재 열차 운행 수준(83%대)을 유지하며, 집중 검수를 통해 오는 19일부터 정상화할 계획이다.

홍 사장은 "이번 파업에서 노사는 모두 패자"라며 "앞으로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서비스 개선과 열차운행 증가 등을 통해 국민들의 불편을 보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