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원유생산 감축 합의로 국제유가가 급상승하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유가상승으로 침체에 빠진 신흥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부진, 비용증가에 따른 기업수익 악화 등이 우려된다는 부정적 전망이 엇갈린다.
3일 국제금융센터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후반까지 배럴당 45달러 안팎이었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OPEC의 감산 발표 이후 이틀만에 51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OPEC의 감산이 이행되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공급과잉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될 전망"이라며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에서는 향후 수주일 내에 6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도 합의 불이행에 따른 벌칙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과거와 마찬가지로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미국 셰일업체들이 유가 상승에 힘입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셰일오일 생산비를 감안하면 유가가 회복기에 들어서더라도 60달러를 상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다수 투자은행들도 내년 평균 유가를 55달러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가 내년에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경우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유가가 하락하면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면서 성장률을 높이고,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5개 국책연구기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유가가 공급측 요인만으로 10% 하락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2%포인트, 소득은 0.3%포인트 증가한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50억달러 늘어나고 소비자물가는 0.1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그동안 저유가가 공급과잉보다는 수요부진에 기인한 측면이 강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기도 했다.
유가가 회복되면 산유국 경제가 살아나고 건설업, 해양플랜트·선박 등 관련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 1일 "그동안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 탓에 중동,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수요가 위축됐다"며 "유가 상승은 제품 단가 상승,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회복 등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일차적으로 물가상승을 불러온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과 연료비 인상은 가계 소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돼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원가상승을 불러와 전반적인 물가인상을 가져오고, 기업의 수익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줄어든다.
관건은 세계 경제의 향방이다. 유가하락이 수요부진에 따른 것인 만큼 유가상승이 수요증가에 기인해야 하지만,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을 줄이는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OPEC 감산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유가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고금리, 강달러가 현실화 되면 유가 상승이 이어지기 쉽지 않다.
반대로 예상대로 배럴당 55~60달러에서 유가가 안정된다면 그동안 수익악화에 시달렸던 관련 기업들에는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가 살아나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느냐도 우리 경제와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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