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경기부양 정책으로 돌파구
中 경착륙 가능성에 국내 경제 발목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세계가 저성장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경제 질서)'을 맞아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신보호무역'의 트럼프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제지표가 호조세로 돌아서고 있으며, 일본이나 유럽도 바닥을 찍고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유독 깊은 침체기를 지나고 있는 처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의존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던 해법이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 가운데서도 최근 미국은 빠르게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연율 3.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2년간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상무부는 “수출과 기업 재고 투자, 연방정부 지출이 동반 증가하며 성장세가 탄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내 가계소비나 민간고용도 증가 추세다. 미국 가계들은 소득이 늘어나면서 2개월째 탄탄한 지출 성향을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0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0월 개인소득도 0.6% 늘어났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민간부문 고용은 21만6000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최대치다.
연말 특수로 경제지표는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펼칠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유럽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 등 변수에도 최근 경기지표는 긍정적이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3분기 1.4% 성장에 이어, 4분기에도 1.6~2%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지난 10월 광공업생산지수도 전월 대비 0.1% 상승한 98.5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생산은 물론 고용과 소비 모두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산업생산은 2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설비투자도 2개월 연속 하향했다.
10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70.3%로 2009년 3월 69.9%에 근접한 수준까지 내렸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내년 실업률 3.9% 전망치는 2001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내년부터 '고용절벽'에 빠질 것이란 우려다.
작년 4분기부터 연속 4분기 0%대 성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에는 2%대 성장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은 더 확산되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경기 경착륙 현실화에 따른 위험요인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2015년 기준 26.0%에서 올 1분기 기준 24.7%로 2000년(10.7%)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 중국을 기반으로 회복했으나 중국 내 수요 감소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중국업체들과 경쟁 심화까지 이어져 주력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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