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재무구조·세무적 요인 등 실무검토 물리적 시간 필요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등 정무적 판단 따라 큰 그림도 바뀌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 정도로 예상합니다. 지주회사로 가게 될 경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해야 하는데, 결국은 갖고 있는 현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배분해야 합니다. 지주회사 재무구조, 세금 등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6개월로 잡았다. 세금, 지분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물리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무적인 판단을 넘어선 실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6개월의 검토기간을 둔 것은 국회에 걸린 각종 법안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국이 어지러운 상황인 만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법안들의 국회 통과 여부도 불확실해 이 부분에 따라 큰 그림을 다르게 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이 가장 중요하게 지켜볼 부분은 중간금융지주회사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에서는 지주사가 금융지주사를 소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사를 만든다 해도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없다.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이상훈 사장이 "현재로서 삼성물산과 합병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부분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다.
만약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된다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부문을 합쳐 제대로 된 지주사를 만들고, 그 아래에 전자와 물산 사업회사, 비금융사,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둘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런 시나리오의 의미는 크게 희석된다. 그룹 차원의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삼성물산과 금융지주와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그룹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중간금융지주법이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서 연말까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는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 법안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문제를 국회로 넘기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만약 이렇게 되면 삼성은 물산을 통해 전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실리를 챙기고, 그룹 전체 지주회사 전환은 좀 더 미룰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여소야대의 국회 뿐 아니라,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국회의 눈이 모두 다른 곳으로 쏠리는 만큼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될 확률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상황을 지켜보며 삼성그룹이 다른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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