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박근혜 정권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일본 정부가 좌불안석이다. 한일위안부협정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28일 "국정농단 의혹이 한일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안보환경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박 대통령의 임기 내 한일간 현안을 해결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외무성 간부는 "박 정권 내에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할 생각이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며 산케이에 심경을 토로했다.
일본 정부가 해결하려 했던 현안 중 대표적인 것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동상 철거다. 산케이는 한일 양국이 지난해 12월 협정에서 위안부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박 정권에 계속적으로 철거를 촉구했지만, 정권 자체가 레임덕을 맞으면서 기대감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박 대통령이 퇴진 후 야당에서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크며, 이렇게 되면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대로 남은 임기를 마친다 해도 위안부 동상 철거를 단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GSOMIA 역시 같은 운명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산케이는 "어떻게든 협정 체결까지는 이뤘지만, 역풍 아래서 적정하게 운용될지에 대한 우려가 남았다"며 외무성 내부인사의 말을 인용해 "차기 정권에서 판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배치 결정에 대한 철회 요구 움직임이 거세지는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다음달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박 대통령이 참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산케이는 "야당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탄핵 소추될 경우 대통령 권한이 중지돼 정상회담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지지통신 역시 검찰에 의해 피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해 회담에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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