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탄핵정국'은 도래할 것인가.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기 위한 의원 정족수(200명·재적의원 3분의 2)를 20일 확보하면서 향후 정치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이날 별도 회의체인 비상시국회의에서 탄핵 절차 착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탄핵정국으로 급속히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회의에는 35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32명이 탄핵 절차에 찬성했다. 이로써 국회는 본회의에서 탄핵안 가결을 위한 정족수 200명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야권에선 더불어민주당(121명), 국민의당(38명), 정의당(6석), 야권 성향 무소속(6석)을 모두 합해도 171명에 그쳐, 탄핵안 가결을 위한 200명에 29명이 모자랐다 .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검찰 수사 발표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가 대통령의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송석준, 염동열, 조경태 의원 등이 탄핵 절차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개인 일정으로 불참한 의원들 중 최소 3명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탄핵절차에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여당 비주류 의원들이 탄핵정국에 재차 불을 댕기면서 정치권의 탄핵안 논의는 다시 동력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필요충분조건'은 채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의 역할은 탄핵안을 가결해 최종 판단자인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탄핵 절차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소추안 제출, 헌재의 탄핵심판으로 이어진다. 탄핵소추 사유도 헌법 제65조 1항에 나오는 '중대한 법 위반'으로 한정된다.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통과하기 위해선 탄핵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더 무르익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인사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헌재도 정치적인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서 "여권 주류 인사 일부가 적극적으로 탄핵안 동참에 나설 만큼 여론이 비등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가 "헌법상 절차로 매듭을 짓자"며 탄핵 배수진을 친 데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청와대가 거론한 헌법·법률상 절차는 헌재의 탄핵심판을 일컫다. 이곳의 판단에 따라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리자는 것으로, 탄핵안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은 면제부를 받게 된다.
아울러 일각에선 여당의 이탈표 못잖게 야당의 탄핵 반대 이탈표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향후 도래할지 모르는 탄핵정국이 최소 6개월 이상 정치·행정 공백을 불러오는 만큼 야당 의원들도 이에 쉽게 찬성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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