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구조조정에 '뚝뚝'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세계 경기 침체, 조선업 구조조정 등 악재에 제조업 관련 지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어 한국 경제 전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나온 각종 경제 지표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들을 면밀히 검토하며 제조업 부진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올해 3분기 지역 경제 동향을 보면 구조조정 여파로 부산·울산·경남 등 조선업 밀집 지역의 생산이 얼어붙었다. 부산의 3분기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급감했다. 지난 2009년 2분기(10.7% 감소)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울산과 경남의 광공업 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5.1% 줄었다. 울산의 경우 현대자동차 파업 영향까지 겹쳤다.
이런 가운데 9월 전국 광공업 생산은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 같은 달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달보다 1.2%포인트 오른 71.4%를 기록했지만, 8월 수치가 7년5개월 만에 최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라 보기 어렵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수출 부진과 구조조정 영향으로 10월 제조업 부문 취업자는 11만5000명이나 줄었다. 이런 감소 폭은 2009년 9월 11만8000명 이후 가장 크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2년 6월 5만1000명 감소한 이후 지난 7월 49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으며, 이후 4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감소 폭도 7월 6만5000명, 8월 7만4000명, 9월 7만6000명, 10월 11만5000명으로 갈수록 커져왔다.
제조업 생산과 고용 부진은 소비, 서비스업에도 영향을 미쳐 경기 전반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진단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제조업은 대외 수요 감소에 따라 추세적으로 악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구조조정 이슈까지 더해져 당분간 더 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에 성공해 '부실기업'이란 한 꺼풀을 벗겨내야 그나마 살아남은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제조업 반등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조업 부진으로 인한 경제 전반의 침체에 대해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글로벌 공급 과잉 업종 말고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 통신기기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 분야도 많다"며 "제조업이 있어야 혁신·융합을 통한 경제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차기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한국 제조업에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주환욱 과장은 "보호무역 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나 한편으론 트럼프정부가 출범 후 내수를 부양해 미국 국민들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면 우리 제조업에 있어선 수출 증가 가능성이 분명히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김성태 부장은 "미국에서 재정을 풀기 시작하면 물가와 금리가 오를 테고, 한국의 금리도 따라 올라갈 여지가 많다"며 "이 경우 금리 충격이 발생하면서 우리 내수가 위축되고 제조업 경기도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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