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조사 기피를 하고 있지만 검찰은 박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오는 20일 전후에 법원에 제출할 핵심 연루자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사실상 '공범'으로 적시할 방침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기업 강제모금, 청와대 기밀자료 유출 등과 관련해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날 "(최씨 등을 기소할 때 박 대통령이 연루된 부분을) 빈 칸으로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수남 검찰총장 또한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면 조사 도중 또는 조사 직후 그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기소중지 조치하는 방안까지 강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이 같은 의지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을 공소장에 적시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직 대통령은 소추 대상이 아니라서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될 수도 없고 간접ㆍ정황조사를 근거로 공소장에 적시된 참고인에 불과하다는 한계 또한 발생하기 때문이다. 강제조사가 불가능한 참고인 신분을 직접조사 없이 갑자기 피의자로 바꾸는 것도 검찰 입장에선 어려운 일이다.
결국 공은 조만간 출범할 특검으로 넘어가게 됐는데, 박 대통령이 지금의 입장을 고수하는 한 특검 또한 조사나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통령 직접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은 결국 그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를 관련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후에 해야 한다고 말한 건 다른 공범들의 공소장과 이후 수사상황을 확인한 뒤에 조사를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적으로는 시간을 벌고 법리적으로는 피의자로 규정되는 걸 피하겠다는 것이다. 특별검사 활동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3~4월께가 돼서야 조사를 받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대통령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유 변호사의 언급이 이런 추론을 가능하게 만든다.
박 대통령이 범죄 혐의를 받는 중요 참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사태파악을 못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지만 이와 별개로 직접조사와 관련해 검찰이 당장 뾰족한 수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검찰은 "16일이 아니라면 17일에라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날 현재까지 이에 대한 박 대통령 측의 전향적인 입장은 검찰에 전달되지 않았다.
한편 안종범 전 수석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7개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에 앞서 '각 그룹의 당면 현안을 정리한 자료'를 받아봤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출연금을 기업들로부터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청와대 차원의 '민원 뒷거래'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의혹이다.
박 대통령이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청와대의 각종 문건과 관련해 '최 선생님(최순실 지칭)에게 컨펌(confirmㆍ확인)한 것이냐'고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때로는 '빨리 확인을 받으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한다. 이는 검찰이 압수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강제모금'과 '문건유출 및 최순실의 국정개입'이라는 의혹의 양대 축 모두에서 박 대통령이 '주연'으로 본격 등장하는 셈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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