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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코 앞 변호인 선임한 朴, 특검 방패삼아 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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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특검 국면을 맞으면서 검찰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부실수사 오명은 둘째 치고 당장 박근혜 대통령 조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15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아직까지 청와대가 조사 일정에 대해 확답하거나,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바 없다.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늦어도 16일까지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에게 변호인 선임 등을 이유로 즉답을 피해 온 청와대는 변호인에게 공을 넘겼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이 검사 출신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여당 국회의원 후보로 세 번 출마해 내리 낙선한 친박계 인사로 알려진 유 변호사는 이날 중 검찰의 대통령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준비시간을 감안 단시일내 출석이 어렵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검찰은 오는 20일로 다가온 현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구속)씨의 구속만기를 앞두고 최씨를 재판에 넘기려면 대통령 조사가 긴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공소제기할 때 명확한 내용이 나올 수 있다”, “(16일 이후로 조사가 늦춰지면)수사에 지장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및 개인회사 등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이권을 취하고, 제 집 드나들 듯 청와대를 출입하며 국정기밀이 담긴 문건을 받아 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역할·책임이 무엇인지 공소장에 적시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비롯 경제수석 등 핵심 참모진이 ‘40년 인연’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손발 노릇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박 대통령과 뒷거래에 나선 의심을 받는 재계 총수들을 개별 일정까지 취소·연기시켜가며 지난 주말 줄소환하고, 구속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더해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전날 부른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그간 뇌물죄 적용에 소극적이던 검찰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도 대통령이 조사에 임하도록 압박하는 성격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검찰로서는 헌법상 형사소추 대상이 아닌 현직 대통령의 출석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찮다. 설령 조사에 응해 박 대통령이 최씨의 공범 등 피의자 신세가 되더라도 일단 기소중지 결정 후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서두를 게 없다. 지지율 한자릿수 정국에 조사에 응하면 족할 뿐 시기까지 맞춰줄 필요는 없는 데다, 탄핵·하야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굳이 최씨 공소장에 이름을 올려 스스로 위기를 키울 이유는 더더욱 없는 탓이다. 특검 도입이 무르익었으니 여러 번 조사할 것 없이 그에 응하겠다며 검찰 조사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회동을 갖고 오는 17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과 국정조사계획서를 처리하기로 했다. 촛불 민심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특검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은 낮게 관측되지만, 가깝게는 내곡동 특검조차 국회 본회의 통과부터 법 시행까지 18일이 소요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임명권에 가까운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내준 데 대해 위헌 목소리가 나왔고, 이번 최순실 특검법 역시 야당 가운데 정의당을 배제한 두 당이 추천권을 독점한다. 포괄적인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된다면서도 굳이 의혹의 정점인 박 대통령을 수사대상에 명시하지 않은 대목도 정치적 거래로 읽힌다.


특검법이 공포·시행되려면 최장 20일, 법 시행으로부터 특별검사 임명으로 수사권이 옮아갈 때까지 다시 최장 14일. 박 대통령으로서는 한 달 이상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선 실세에 대한 검토 의견’, ‘법적 검토’ 등 청와대가 지난달 중순부터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한 정황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한 달은 긴 시간이다.


검찰 안팎에선 특검 도입시기 등에 대한 아쉬움도 흘러 나온다. 일선 검찰 간부는 “특수본이 나름 수사의지를 갖고 속도를 내는 국면에서 최순실, 차은택 기소 등 초벌적인 수사 결과라도 지켜본 뒤 불신을 드러내는 게 어땠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안의 성격상 특검이 불가피해보이지만, 기본적으로 특검 수사력이 현장 검사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라는 판사도 있다.


다만 청와대 유출문건이 담긴 태블릿PC의 존재나 여·야 특검합의 등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지지부진했던 검찰 수사가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도 면하기 힘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다급한 전개속도에 비춰 검찰이 박 대통령을 조사하기에 충분하고 유의미한 단서를 쥐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자칫 면죄부만 쥐어주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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