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김가네 회장
주말이면 직영점서 직접 식사하며 현장체크…23년간 값 900원 오르는 데 그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김용만 김가네 회장 집무실에 들어서니 한쪽 벽면에는 대호 그림 아래 '호시우보' 글귀가 적혀있었다. '호랑이의 눈매처럼 목표를 향해 예리한 판단력을 견지하되, 황소의 걸음걸이처럼 조급하지 않으면서 우직하게 정해진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김 회장은 지난 23년간 한우물만 파며 김가네를 국내 최고 김밥브랜드이자 장수 외식브랜드로 키워낸 데에는 이같은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994년 대학로에서 10평 남짓한 '김가네 김밥'에서 시작한 김가네는 현재 매장 450개, 연매출 350억원(가맹점 포함 1850억원) 규모의 업계 1위 김밥전문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 들어서 3000~4000원짜리 김밥이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달고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프리미엄 김밥을 언급하기에 앞서 김밥의 본질을 먼저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밥의 본질은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충분한 양과 영양, 믿을 수 있는 식재료, 맛 등이 어우러져 고객이 만족할 수 있어야한다. 고객이 맛과 가격에 대해 만족하고, 믿고 재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굳이 김밥을 저가와 프리미엄으로 이분화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같은 이유로 무조건 값이 비싸다고 프리미엄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김가네를 처음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따졌던 것이 '품질과 맛'이고 두번째는 '가격'"이라면서 "이런 원칙만 지킨다면 고객은 물론 가맹점주 모두 만족할 결과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가네가 등장하기 전까지 김밥은 주방에서 미리 말아놓은 것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속재료도 3~4가지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김가네는 김밥 조리대를 설치, '쇼윈도우' 형태로 매장을 열었다. 주문 즉시 김밥을 말아 제공했으며 속재료도 8~9가지로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중적인 음식인만큼 가격은 부담없어야한다'는 철칙으로 가격은 지난 23년동안 9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2000원으로 시작한 김밥 한 줄은 현재 2900원이다. A급 식재료를 사용, 저가김밥보다는 내용물이 충실하고 프리미엄을 내세운 김밥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김 회장은 지금도 주말이면 직영점에서 직접 식사를 하며 현장체크를 한다. 고객 불만사항 등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메모장에 적어 회의 때 개선점을 논의한다. 이렇게 꼼꼼히 챙기다보니 가맹점주들의 만족도도 높다. 가맹점 중 절반가량이 5년 이상된 매장이며 10년 이상된 가맹점들도 20%나 된다.
김 회장은 "욕심을 내지 않은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꼽았다. 그는 "타업체들보다 본사가 챙기는 이익률은 절반으로, 고객 및 가맹점과 함께 이익을 최대한 공유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김가네는 신규 브랜드 론칭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원칙을 지키는 경영'을 펼쳐 브랜드의 실속을 다지고 기업의 유지와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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