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보험금 지급 여부, 질병의 진단 시점이 아닌 가입 당시의 보험 약관에 따라 판단해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보험사가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에는 가입 당시 보험 약관의 질병분류표를 적용해야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14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S생명보험의 '무배당OOOO보험' 등 2건의 보험에 가입한 A씨가 진단받은 '직장유암종'에 대해 보험회사는 가입 당시 보험 약관의 질병분류표를 적용해 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1995년과 2000년에 각 1개씩 해당 생명보험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후, 올 1월 병원 조직검사에서 직장유암종으로 진단받아 암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가입 시점의 보험약관 질병분류표가 아닌 현재의 질병분류표를 적용해 '경계성종양'에 해당하는 보험금(암 진단보험금의 40%와 20%)만 지급했다.
보험회사는 A씨가 진단받은 직장유암종은 현행 보험약관의 질병분류표에 따라 암이 아닌 경계성종양에 해당되며, A씨의 보험 약관상에는 경계성종양이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계약자 보호를 위해 보험 가입금액의 40%까지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현행 약관 대신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체결된 가입 시점의 보험 약관과 질병분류표에 따라 질병 진단이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고, 그럴 경우 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진단받은 직장유암종은 암 또는 경계성종양으로 볼 수 있는 질병으로서 가입 당시 보험 약관에는 암과 경계성종양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에 따라 소비자에게 유리하고 작성자인 보험회사에게 불리하게 보험 약관을 적용하면 암에 해당되므로 보험금 중 기 지급받은 금액을 제외한 1652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한편 A씨와 보험 계약을 체결한 다른 보험회사는 위와 같은 조항을 적용해 A씨에게 암 진단보험금 3천만 원을 지급한 바 있다.
소비자원 측은 "이번 조정결정은 보험금 지급 여부를 질병의 진단 시점이 아닌 가입 당시의 보험 약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만약 보험 약관이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으면 보험 약관을 작성한 보험회사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적용한 사례"라면서 "향후 유사분쟁사건 해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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