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총리 내정자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국민대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내정자 지명철회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총리 추천을 요청하면서, '책임총리'라는 김 내정자의 당찬 꿈도 6일 만에 접어야 하게 됐다.
총리실은 이날 오전 김 내정자가 국민대에서 수업을 했고, 오후에 총리 내정자 사무실에 출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민대 사회과학대학 행정정책학부 교수 신분인 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등을 접고 학교 강의실로 돌아간 것은 '더 이상 총리직에 미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일 총리 지명을 받은 날 마지막 수업을 한 이후 총리 내정자로서 행보에 집중해왔다.
앞서 김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추천된 총리 후보를 지명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7일 저녁 JTBC 뉴스에 출연해 여·야·청이 합의해서 다른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과 관련해 "저는 그게 제일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야·청 합의가 되면 저는 없어지는 존재고, 그리고 또 하나는 청문회 서류가 제출되고 나면 20일이 지나면 저는 자연적으로 지위가 소멸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종의 자진사퇴가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자진사퇴가 아니라 당연히 제가 없어지는 것이다"면서 "저는 당연히 자진사퇴가 아니라 거기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김 내정자가 스스로 사퇴하지는 않겠지만, 여·야·청이 총리 후보를 합의하면 대의명분이나 국정정상화를 위해 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공식 요청함에 따라 김 내정자는 지난 2일 지명된 이후 6일만에 내정자 신분이 사실상 종료됐다. 책임총리로서 국정을 정상화 하겠다는 그의 야심찬 꿈도 접게 됐다.
김 내정자는 "제가 (총리 후보자로) 나설 때 인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큰 가능성을 가지고 나선 게 아니라 단 1%, 5%의 확률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이 국가가 돌아가야 한다는 심정에서 나왔다"면서 "5퍼센트가 됐든 10퍼센트가 됐든 그 작은 가능성도 저는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정이 어떻게 하든지 중단돼서는 안되겠다"며 "여야청이 '합의'라는 그런 마차를 하나 만들어서 그 위에 후보를 태워서 보내면 더 없이 좋지만, 그 합의가 도저히 안될 거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제가 지명을 받은 다음에 그 다음에 (내각에) 들어가서 대통령께 오히려 야권에서 이야기하는 그 거국내각이라든가 수사문제라든가 탈당의 문제라든가 그것을 얻어내는 게 더 낫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두번째 대국민담화에서 '책임총리'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에 대해 "서운해 하기보다는 저도 그게 나올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안나오니까 당혹스러웠다"면서 "그래야지만 그날 제가 당장 야당을 접촉하고 할 수가 있는데 그래서 제가 당혹스러운 모습을 누가 봤든지 누가 (청와대에) 연락을 한 모양"이라고 언급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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